Q : 장을 볼 때마다 필요하지도 않은 특가 상품을 사려는 아내와 실랑이를 하게 됩니다. 퇴직을 해 수입이 줄었으니 이제 소비도 가볍게 하자고 말을 해봐도 통하지 않습니다. 식재료가 남아돌아 음식물 쓰레기로 버리게 됩니다. 그런데도 매주 대형마트에 가서 장을 봐야 한다고 조릅니다. 냉장고 다 비우고 가자고 해봐야 소용없습니다.
A :사람들은 손해를 피하고자 하는 강한 욕구를 갖고 있습니다. 이익을 보기 위한 의사결정보다 손해를 피하기 위한 의사결정을 더 자주 합니다. 신경학자들이 실험을 해보니 손해를 회피할 가능성 앞에서 도파민 분비가 늘어났다고 합니다. 그만큼 손해에 대한 기피 심리가 강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람의 이러한 속성을 잘 아는 기업은 소비자가 지닌 손실회피 심리를 이용해 마케팅을 진행합니다.
대표적인 방식이 제품 가격을 할인하는 것입니다. 집 근처 스포츠센터에서 할인 안내 문자가 옵니다. 이번 한달 동안 추가 10% 할인하는데, 가족까지 함께 등록할 경우 추가 할인을 해준다고 합니다. 이런 광고에는 꼭 따라붙는 문구가 있습니다. ‘할인은 이번 달이 마지막입니다.’ 그러나 비슷한 행사가 거의 매달 반복됩니다. 소비자도 할인의 기회가 또 올 것임을 잘 압니다. 그럼에도 광고 문자에 신경이 쓰입니다.
매번 반복되는 할인이라면 제값을 주고 결제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됩니다. 할인 가격이 제값이고 원래 가격은 부풀려진 가격으로 바뀝니다. 문제는 할인 폭이 그때그때 다르다는 겁니다. 가장 큰 폭의 할인 기회를 잡으려 애를 씁니다. 그러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것 같아 불편합니다. 기업이 남발하는 할인 행사는 이제 일상이 되어 소비자는 가장 저렴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립니다. 행사 상품을 보면 자신이 원하는 제품이 아니더라도 구매 유혹에 빠집니다. 원하는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할인율에 따라 구입할 상품을 결정하게 됩니다.
<완벽한 가격>의 저자 엘런 러펠 셸은 이런 행동을 ‘싸구려 스릴’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집 냉장고에 두부가 들어 있어도 자신이 구입한 가격보다 더 저렴하게 할인하는 두부를 발견하면 또 집어듭니다. 손해를 피하려 불필요한 상품을 구입하는 손해를 감수하는 것입니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하나입니다. 손해를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제값을 주고 사는 것에 대한 마음의 저항을 조용히 다스려야 합니다. 그래야 불필요한 물건에 허우적거리지 않고 결과적으로 더 큰 손해를 피할 수 있습니다.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