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품에 안은 한 라이베리아 난민 여성이 17일 오후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국제난민지원단체 ‘피난처’에서 이곳을 방문한 이성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난민 쉼터 찾아가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이 17일 국내에 들어온 시리아 난민 등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 국력에 걸맞게 난민 신청자에 대한 난민 인정 폭을 넓혀야 한다”고 밝혔다. 난민 인정에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는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한 것이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있는 난민시설 ‘피난처’를 방문해 시리아·예멘·에티오피아·이집트·타이·중국에서 온 난민 10여명을 면담했다. 20대 시리아 난민 여성은 “임신 9개월째인데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종교적 문제로 난민이 된 40대 타이 남성은 “한국 정부는 ‘타이에 종교의 자유가 있다’며 난민 인정을 해주지 않고 있지만 나는 돌아갈 수가 없다”고 했다.
에티오피아에서 반정부 성향의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한국에 입국해 난민 인정을 받은 50대 남성은 “한국 법무부의 난민 인정 기준이 점차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아쉬운 상황이다. 인권위가 정부와 협의해 난민들이 더 나은 처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했다. 4개월 된 아기를 품에 안은 20대 라이베리아 출신 여성은 난민으로서 신생아를 키우는 고통을 토로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세계 다른 나라의 난민 인정 비율이 평균 38%인데 우리나라는 5%대에 그치고 있다. 국력에 걸맞게 난민 인정의 폭을 넓히고 인도적 체류 허가 신청 과정에서 폭넓게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또 “국민들도 난민들의 다양한 문화가 우리 문화와 접목됐을 때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쪽으로 인식을 바꿨으면 한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침대 11개가 빽빽하게 들어찬 난민 숙소와 작은 한국어교실도 둘러봤다. 이어 기저귀와 물티슈 등 아기용품과 전기요를 전달했다.
1994년 이후 한국에 난민 신청을 한 사람은 1만2208명이다. 이 가운데 난민 인정을 받은 사람은 522명, 인도적 체류를 허가받은 사람은 876명이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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