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자 중앙치매센터 팀장이 2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왕판교로에 있는 중앙치매센터에서 치매 상담 포스터를 들고 있다. 성남/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우리 가족의 치매] ③ 가족들의 소망
“전두엽이 손상돼 성적인 문제를 겪는 치매 노인이 많아요. 쉽게 말할 수 없는 가족만의 고민을 털어놓죠.”
2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국립중앙치매센터에서 만난 치매 전문 상담원 이아무개(61)씨는 이날 오전에도 치매 아버지를 둔 한 여성한테서 ‘아버지가 낯선 여성을 끌어안아 곤란했다’는 상담전화를 받았다. 한 며느리는 치매인 70대 시아버지가 시어머니에게 잠자리를 자주 요구해 간병하기도 벅찬 시어머니가 너무 힘들어한다며 상담을 요청해왔다. 이씨는 “치매 관련 교육을 받은 이들이 없다 보니 치매 환자가 갑자기 이런 행동을 보이면 당황하게 된다. 이럴 경우 가장 좋은 방법은 자주 안아주는 것”이라고 했다.
중앙치매센터에는 이씨를 포함해 25명의 치매상담원이 있다. 24시간 초기 치매 환자나 간병하는 가족들의 상담전화를 받는다. 치매 정보와 돌봄 방법을 알려주고 이들의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역할도 한다. 치매 시부모를 잘 모셨다며 효부상을 받은 뒤로는 아예 힘들다는 말도 못 한다는 며느리의 하소연, 치매 시부모와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외국인 며느리, 동네에 사는 치매 할머니가 걱정된다는 이웃 주민도 전화를 걸어온다고 했다.
상담은 보통 10~15분 정도면 끝나지만, 어떨 때는 3시간 동안 전화를 끊지 않는 상대방과 상담을 이어가기도 한다. “기사에 이름이 나가면 특정 상담원만 찾는 환자들이 나오기 때문에 이름을 가려달라”고도 했다.
환자가 좋아하는 색 옷 입혀주고
즐겨먹는 음식·물건 등 이용하면
‘돌봄 스트레스’ 줄이는 데 도움
상담 원하면 1899-9988로 전화 “젊은 환자·지역 서비스 격차 등
복지 사각지대 줄이기 노력해야” 2013년 12월 치매 상담전화가 개통된 뒤로 국내외에서 3만여건의 상담이 들어왔다. 일반상담사 15명과 치매 관련 기관에서 3년 이상 종사한 전문상담사 10명은 모두 간호사나 사회복지사들이다. 치매상담원이 되려면 280시간의 관련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최경자 치매상담팀장과 상담사 5명에게 치매 간병가족들의 일반적인 고민과 대처법을 물었다. “도둑맞는다는 망상을 하는 70대 언니와 함께 사는 여동생이 있어요. 경제적인 이유로 분가도 할 수 없는 상황인데요, 이럴 경우 언니의 관심을 돌릴 수 있도록 ‘전환 요법’을 쓰라고 알려줬어요.” 전문상담원 정아무개(62)씨는 환자가 이상행동을 보일 경우 평소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치매 어머니를 모시던 딸이 잔뜩 화가 나서 한밤중에 전화를 해왔단다. 정씨는 어머니가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도록 유도했고, 노래 세 곡을 연달아 부른 어머니가 기분이 좋아지자 딸도 안정을 찾았다고 한다. 이씨는 “환자가 평소 좋아하는 색의 옷을 입혀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즐겨 먹는 음식이나 좋아하는 물건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가족들은 상대적으로 돌봄 스트레스가 적다”고 조언했다. 상담원들은 치매 증상에 따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매뉴얼이 있지만, 그래도 가장 훌륭한 매뉴얼은 ‘가족’이라고 했다. 환자의 인생을 가장 잘 이해하는 가족이 이상행동에도 가장 잘 대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경자 상담팀장은 “명절 즈음에 치매 환자가 갑자기 늘어난다. 치매는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항상 같이 사는 가족은 치매가 온 줄 모르지만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은 이상행동을 감지하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치매 환자는 자신이 편안해하는 특정 환경, 특정 물건, 특정인이 있는 만큼 환자를 잘 아는 가족이 신경을 써서 돌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했다. 상담원들도 해결해줄 수 없는 것은 ‘복지 사각지대’의 그늘이다. 일반상담원 이아무개(53)씨는 배우자가 20·30대에 혈관성 뇌졸중으로 치매 진단을 받은 젊은 부부가 기억난다고 했다. 이씨는 “한창 일할 나이에 경제적 부담을 지게 됐지만, 서비스가 노인 위주여서 이들 가족은 제대로 이용하지를 못했다”고 했다. 치매 환자가 여럿인 가족도 있다. 일반상담원 정아무개(52)씨는 “자녀가 여럿인 가정에 더 많은 혜택을 주듯이 아픈 사람이 여럿이면 그에 따라 더 많은 서비스를 줄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지역간 서비스 격차가 심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중앙치매센터 외에 광역단위 치매센터는 모두 11곳이 있다. 하지만 노인 인구가 많은 전라남도와 제주도에는 치매센터가 없다. 성수정 중앙치매센터 부센터장은 “치매 환자의 60%가 경증이다. 중증 이상인 경우 남은 가족의 삶을 고려해 환자의 시설 입소를 권하지만 모든 치매 환자가 시설에서 지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도 지역사회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가족과 이웃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앙치매센터 치매상담 전화번호는 1899-9988이다. ‘18살의 기억을 99살까지, 99살까지 팔팔하게’라는 의미다. 성남/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즐겨먹는 음식·물건 등 이용하면
‘돌봄 스트레스’ 줄이는 데 도움
상담 원하면 1899-9988로 전화 “젊은 환자·지역 서비스 격차 등
복지 사각지대 줄이기 노력해야” 2013년 12월 치매 상담전화가 개통된 뒤로 국내외에서 3만여건의 상담이 들어왔다. 일반상담사 15명과 치매 관련 기관에서 3년 이상 종사한 전문상담사 10명은 모두 간호사나 사회복지사들이다. 치매상담원이 되려면 280시간의 관련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최경자 치매상담팀장과 상담사 5명에게 치매 간병가족들의 일반적인 고민과 대처법을 물었다. “도둑맞는다는 망상을 하는 70대 언니와 함께 사는 여동생이 있어요. 경제적인 이유로 분가도 할 수 없는 상황인데요, 이럴 경우 언니의 관심을 돌릴 수 있도록 ‘전환 요법’을 쓰라고 알려줬어요.” 전문상담원 정아무개(62)씨는 환자가 이상행동을 보일 경우 평소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치매 어머니를 모시던 딸이 잔뜩 화가 나서 한밤중에 전화를 해왔단다. 정씨는 어머니가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도록 유도했고, 노래 세 곡을 연달아 부른 어머니가 기분이 좋아지자 딸도 안정을 찾았다고 한다. 이씨는 “환자가 평소 좋아하는 색의 옷을 입혀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즐겨 먹는 음식이나 좋아하는 물건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가족들은 상대적으로 돌봄 스트레스가 적다”고 조언했다. 상담원들은 치매 증상에 따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매뉴얼이 있지만, 그래도 가장 훌륭한 매뉴얼은 ‘가족’이라고 했다. 환자의 인생을 가장 잘 이해하는 가족이 이상행동에도 가장 잘 대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경자 상담팀장은 “명절 즈음에 치매 환자가 갑자기 늘어난다. 치매는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항상 같이 사는 가족은 치매가 온 줄 모르지만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은 이상행동을 감지하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치매 환자는 자신이 편안해하는 특정 환경, 특정 물건, 특정인이 있는 만큼 환자를 잘 아는 가족이 신경을 써서 돌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했다. 상담원들도 해결해줄 수 없는 것은 ‘복지 사각지대’의 그늘이다. 일반상담원 이아무개(53)씨는 배우자가 20·30대에 혈관성 뇌졸중으로 치매 진단을 받은 젊은 부부가 기억난다고 했다. 이씨는 “한창 일할 나이에 경제적 부담을 지게 됐지만, 서비스가 노인 위주여서 이들 가족은 제대로 이용하지를 못했다”고 했다. 치매 환자가 여럿인 가족도 있다. 일반상담원 정아무개(52)씨는 “자녀가 여럿인 가정에 더 많은 혜택을 주듯이 아픈 사람이 여럿이면 그에 따라 더 많은 서비스를 줄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지역간 서비스 격차가 심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중앙치매센터 외에 광역단위 치매센터는 모두 11곳이 있다. 하지만 노인 인구가 많은 전라남도와 제주도에는 치매센터가 없다. 성수정 중앙치매센터 부센터장은 “치매 환자의 60%가 경증이다. 중증 이상인 경우 남은 가족의 삶을 고려해 환자의 시설 입소를 권하지만 모든 치매 환자가 시설에서 지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도 지역사회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가족과 이웃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앙치매센터 치매상담 전화번호는 1899-9988이다. ‘18살의 기억을 99살까지, 99살까지 팔팔하게’라는 의미다. 성남/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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