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인권·복지

취약계층 자활돕는 사업통해 함께 인생2막 맞다

등록 2015-03-17 20:17수정 2015-03-17 20:17

‘꿈꾸는 포장마차’ 정병균 사장(왼쪽)은 무담보·무보증임에도 사업자금을 대출해준 사회연대은행 덕분에 자신의 가게를 열 수 있었다. 정광태 전문위원은 조흥·신한은행에서 퇴직한 뒤 사회연대은행에서 금융 취약계층의 재활을 돕고 있다.
‘꿈꾸는 포장마차’ 정병균 사장(왼쪽)은 무담보·무보증임에도 사업자금을 대출해준 사회연대은행 덕분에 자신의 가게를 열 수 있었다. 정광태 전문위원은 조흥·신한은행에서 퇴직한 뒤 사회연대은행에서 금융 취약계층의 재활을 돕고 있다.
사회연대은행 대출자와 관리자
서울 사당역 10번 출구 옆 골목을 한참 들어가면 ‘꿈꾸는 포장마차’라는 작은 실내 포장마차가 있다. 지난 5일 오후 사회연대은행의 정광태(62) 전문위원이 식당을 들어서며 인사를 하자 음식 준비를 하던 정병균(58) 사장이 반갑게 맞았다. 둘은 1년 전 개점을 준비하며 처음 만났다. 정병균 사장이 사회연대은행의 창업지원사업을 통해 창업 자금을 빌렸기 때문이다.

“사회연대은행은 기술과 경험은 있으나 신용이나 담보가 부족해 일반 금융회사를 이용할 수 없는 취약 계층에게 소액자금을 무담보·무보증으로 대출해 자활을 돕는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입니다. 정병균 사장님도 담보가 전혀 없었지만 심사를 거쳐 3000만원을 5년 동안 2% 금리로 빌렸고, 제가 이 가게의 경영 관리를 담당하며 대출 상환을 돕고 있습니다.”(정광태 전문위원)

중견 의류업체 임원 출신 정병균씨
사업실패로 집 팔고 조리사로 재기
무담보·무보증에도 2% 자금 대출
인건비 줄인 한식 포장마차로 안착 

은행 29년 근무뒤 퇴직한 정광태씨
대출자들 경영관리·대출상환 도와
“주 2일 근무 80만원 월급도 행복”

2004년 중견 의류업체에서 퇴직한 정병균 사장은 벌이는 사업마다 실패를 맛봤다. 5년 동안 집에 돈 한 푼 갖다주지 못하고, 있던 집마저 팔아야 했다.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선 안 되겠다’는 생각에 2011년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땄다. 요리사가 10명이나 있는 대형 한식당에 취직했다. 경력이 전무한 막내 요리사라 월급은 150만원에 불과했다.

“쉰넷에 막내 요리사가 돼서 스무살이나 어린 주방장의 갈굼까지 받았어요. 회사에서 임원까지 맡았던 제가 밑바닥에서 3년 넘게 버틸 수 있었던 건 독립하려면 경험과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독립하려고 하니 사업자금을 빌려주려는 곳이 없었습니다. 담보도 신용도 없는 사람에게 대출해줄 금융기관이 없는 거죠. 그러다 다행히 사회연대은행을 알게 된 것입니다.”(정병균 사장)

대출은 결정이 됐지만, 이 점포를 찾기까지 또 4개월이 걸렸다. 한정식집을 꿈꾸던 정병균 사장은 큰 점포만 보러 다녔다. 그러나 ‘첫 가게는 작게 시작하라’는 정광태 위원의 조언에 따라 한식 포장마차로 방향을 바꿨다. 정병균 사장은 “배운 한식을 가벼운 실내포차에 접목해보고 싶어 한식 포장마차를 시작하게 되었다”며 “만약 한정식집으로 시작했으면 6개월도 안 돼 망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자영업에선 업종에 맞는 위치를 선택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데 위치가 좋으면 점포의 보증금과 월세도 비싸죠. 제한된 예산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위치의 가게를 찾아내려면 발품을 파는 수밖에 없습니다. 정병균 사장님도 4개월이나 돌아다녀 이 자리를 찾아냈어요.”(정광태 전문위원)

작은 식당이지만 정병균 사장은 조리복에 위생모까지 늘 갖춰 입고 있다. 손님 대부분이 젊은이지만 나갈 때 뛰어나가서 90도 각도로 인사를 한다. 포장마차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전골 요리가 인기를 끌면서 동창회와 회식 등 단체 손님이 많이 늘었다.

“개업하면서 집사람한테 1년 동안은 돈을 못 갖다줄 것 같다고 얘기했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자리를 잡은 것 같아요. 그런데 제 자신을 내려놓기가 정말 어려웠어요. 부기를 빼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습니다. 지금은 손님이 남기고 간 음식은 아무리 지저분해도 꼭 먹어봅니다. 문제점을 찾아야 하니까요.”(정병균 사장)

정광태 위원은 “소규모 자영업자는 인건비 절감에 특히 유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건비는 영업이 잘되든 안되든 나가야 하는 고정비이기 때문이다. 처음 시작하는 자영업자는 가능하면 직원을 안 두고 혼자나 가족끼리 하는 게 좋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저도 숙달이 안돼서 아주머니 한 분을 시간제로 고용해서 두세 달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 뒤에는 혼자 하고 있고, 아주 바쁠 때는 집사람이 와서 도와주고 있어요. 정광태 위원님이 금융권에 계셨던 분이라 관련 지식이 많아서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정병균 사장)

무담보·무보증 창업지원 신청하세요
무담보·무보증 창업지원 신청하세요
정광태 위원은 조흥·신한은행에서 29년 동안 근무하다 2009년 말 명예퇴직했다. 채권추심회사 취업을 고민하던 중 직장 선배의 소개로 2010년 6월부터 사회연대은행 전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주 2일 근무에 월 80만원을 받는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전문위원 10명 중 5명이 금융권 출신이다.

“자영업자들을 만나보니 이분들 특징이 보험에 많이 가입합니다. 아무래도 노후가 불안하니까 보험설계사 얘기에 솔깃한 거죠. 월 50만~60만원씩 보험료를 납입하는 사람도 많아요. 저는 ‘중복보험은 줄이고, 대신 노후 준비를 하라. 특히 국민연금에 가입하라’고 권하고 있습니다.”(정광태 전문위원)

시중은행과 사회연대은행의 차이는 무엇일까? 정광태 위원은 “은행은 오로지 회수 가능성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담보나 인적 보증이 없으면 대출을 안 해준다. 반면 사회연대은행은 신용불량이나 파산, 개인면책 등 과거의 전력을 따지지 않고 대출을 통해 자립할 수 있는지만 따진다”고 설명했다. 업무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신용이 안 좋은 사람들에게 담보도 없이 빌려줘서 자금이 잘 회수될까 의문을 가졌다고 한다.

“대출을 받은 10명 가운데 7, 8명은 돈을 갚아가고 있습니다. 심지어 장사가 안돼 폐업한 대출자가 다른 곳에 취업해서 갚는 경우도 봤어요. 자신이 갚아야 더 어려운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는 걸 알거든요. 유일하게 자신을 믿고 돈을 빌려준 곳이라 다들 꼭 상환해야겠다는 의지가 강합니다. 그게 마이크로크레디트의 힘인 것 같습니다.”(정광태 전문위원)

글·사진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