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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벌금 낼 돈 없어 노역 않게…‘장발장은행 엽니다’

등록 2015-02-25 19:41수정 2015-02-26 08:25

25일 오전 서울 장충동 만해엔지오교육센터에서 열린 장발장은행 출범 기자회견 뒤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송영삼 전 광주지방교정청장, 최정학 방송통신대 교수, 홍세화 은행장, 인재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서해성 작가, 김희수 변호사, 도재형 이화여대 교수, 조영민 새정치연합 을지로위원회 기획팀장.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25일 오전 서울 장충동 만해엔지오교육센터에서 열린 장발장은행 출범 기자회견 뒤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송영삼 전 광주지방교정청장, 최정학 방송통신대 교수, 홍세화 은행장, 인재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서해성 작가, 김희수 변호사, 도재형 이화여대 교수, 조영민 새정치연합 을지로위원회 기획팀장.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생계형 경범죄자에게 대출
담보·이자 없이 최대 300만원
“돈이 자유 빼앗아가는 일 없길”
최대 300만원까지 즉시 대출, 담보·이자 없음, 6개월 뒤부터 1년간 균등 상환.

가난 탓에 벌금 몇백만원을 내지 못해 노역으로 대신해야 하는 이들에게 벌금을 대출해주는 ‘장발장은행’이 25일 문을 열었다. 사회에 별다른 해가 되지 않는 범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소년소녀가장,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미성년자 등이 우선 대출 대상이다. 은행 명칭은 굶주린 조카들을 위해 빵 한조각을 훔쳤다가 징역살이를 한 소설 <레 미제라블>의 주인공 이름에서 따왔다.

‘인간 신용은행’인 장발장은행 운영진은 25일 오전 서울 장충동 만해엔지오(NGO)교육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운영·대출 계획을 설명했다.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가난은 그 자체로 처벌이다. 장발장은행을 통해 돈이 자유를 빼앗아가는 세상을 한뼘이라도 밀어내려고 한다”고 했다. 은행 고문은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장이, 은행장은 홍세화 협동조합 가장자리 이사장이 맡았다.

벌금을 선고받으면 30일 안에 금액 전부를 한꺼번에 현금으로 내야 한다. 분납 제도나 일시 연장 제도가 있지만 ‘특별한 이유’가 있을 때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벌금을 못 내 노역장에 들어가는(환형유치) 이들은 해마다 4만명 안팎에 이른다. 은행 운영위원인 송영삼 전 광주지방교정청장은 “벌금을 못 내 노역을 하는 이들은 서민이 많다. 대부분 건강도 나빠 교도소 수용 뒤 관리비용이 더 들기도 한다. 장발장은행 대출을 통해 사회에서 격리되지 않으면서 자기 능력껏 일자리를 찾았으면 한다”고 했다.

은행 대출금은 시민들의 모금으로 충당된다. 이날 현재 645만원이 모였다. 대출심사위원인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1000만원이 모이면 지원사업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살인·강도·성폭력·뇌물 사건과 상습범, 집회·시위 벌금은 대출 대상에서 제외된다. 모금 계좌는 하나은행 388-910009-23604(예금주 장발장은행)이다.

한편 유럽 국가들처럼 같은 범죄라도 소득이 많을수록 벌금을 높게 매기는 방식(일수벌금제, 소득누진벌금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해 일당 5억원에 이르는 ‘황제 노역’ 논란이 있었지만, 대다수 서민은 일당 5만원짜리 노역을 한다. 이 은행 대출심사위원인 최정학 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는 “국세청 과세 자료만으로도 재산 상태는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만큼 현행 벌금제를 바꿔 불평등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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