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시 중구 수표로 사회연대은행 강당에서 ‘2014 사회적 기업가 육성 사업’ 졸업식이 끝난 뒤 희망나눔세상의 이종원(앞줄 왼쪽부터)·손홍택·이광현·최종영·양태석·박현철 전문위원과 사회적 기업가들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프로보노 동아리 희망나눔세상
지난 13일 서울시 중구 수표로 사회연대은행 강당에선 특별한 졸업식이 열렸다. ‘2014 사회적 기업가 육성 사업’을 마친 창업팀 20곳을 축하하는 자리다. 이들은 사회적 기업 창업을 준비하며 1년 동안 창업 비용, 창업 공간, 멘토링 등을 지원받았다. 멘토링을 맡은 희망나눔세상의 이광현(65) 대표는 축사에서 “관련 분야 기업체에서 30년 이상 근무하며 앞서 경험한 선배들로서 여러분이 시행착오를 덜 겪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여러분이 갖고 있으면서도 알지 못하는 자질과 능력 등 잠재능력을 끌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희망나눔세상은 퇴직한 시니어들이 사회공헌활동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케이디비(KDB)시니어브리지센터의 동아리다. 2013년 8월 케이디비시니어브리지센터 1기 교육을 마친 이 대표와 손홍택(55) 전문위원이 박상금 센터장의 권유에 따라 경영 멘토링 동아리를 만들었다. 박상금 센터장은 “은퇴한 뒤 보이지 않는 길을 혼자서 개척하는 것보다는 취향과 활동 목적이 비슷한 분들끼리 힘을 합쳐 찾는 게 훨씬 쉽기 때문에 동아리 활동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며 “현재 활동하는 7개의 동아리가 지속적으로 성장해 협동조합이나 비영리단체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전문가·교수 출신 6명
시니어브리지센터 수강 뒤 결성
사회적 기업 현장 가보니 차이 커
실무 복습에 집단 토의로 극복 청년들 열정넘치나 경제 역량 미흡
시니어의 기업 경험 합치니 윈윈
비영리단체 독립, 프로보노 허브로 2기와 3기에서 4명이 합류해 희망나눔세상은 현재 6명의 은퇴자로 구성되어 있다. 대기업 임원, 문화콘텐츠 전문가, 중소기업 대표, 정부기관 연수원 교수 출신으로 각각 마케팅·재무·인사·경영·전략·문화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다들 이력은 쟁쟁했지만 은퇴자 동아리에 멘토링을 선뜻 맡기는 곳은 없었다. 케이디비시니어브리지센터의 주선으로 2013년 9월 경기도 사회적기업희망재단에서 마을기업과 공연단체 등 예비 사회적 기업 6곳을 소개받을 수 있었다. 사업 분야에 따라 2인 1조를 구성해 매달 기업을 방문했다. 마을기업에서는 축제 현장의 동선과 사업별 운영 형태, 매출과 정산 과정을 꼼꼼히 점검했다. 공연단체에서는 공연 현장, 행사장, 매장을 직접 다니며 사업 규모와 콘텐츠 성격, 소비자의 반응을 확인했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의 현실은 대기업에서의 경험과 차이가 컸다. “기업에서 승진할수록 현장 업무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는데, 시작하는 기업들이 당장 필요로 하는 건 다 현장 업무거든요. 큰 그림은 쉽게 제시할 수 있는데, 세부적인 내용을 채워 넣는 게 힘들었습니다. 우리가 가진 지식과 경험이 대단한 것 같지만 현장에서는 발휘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새롭게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누굴 돕는다는 게 쉬운 게 아니더군요.”(박현철 전문위원) 희망나눔세상은 집단 토의를 통해 어려움을 풀어나갔다. 현장에서 나눈 상담 내용과 직원 역량, 업체 환경 등을 공유하고 함께 분석하자 공통의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업체마다 분야별 해결 방안과 단계별 일정을 수립했고, 숙제를 내준 뒤 개선 여부를 꼼꼼히 점검해나가자 현장의 반응이 달라졌다. 양태석(53) 전문위원은 “기존 컨설팅업체는 두세번 방문한 뒤 틀에 박힌 보고서를 던져주고는 실행 여부를 확인도 하지 않고 떠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우리의 진정성이 더 돋보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좋은 소식도 이어졌다. 희망나눔세상이 멘토링을 한 경기도 양평의 수미마을은 2013년 대한민국 농촌마을대상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양 위원은 “마을기업가의 노력이 가장 컸겠지만, 우리도 약간의 힘이나마 보탠 것 같아 내 일처럼 기뻤다”고 말했다. 연말에는 경기도사회적기업희망재단의 감사패도 받았다. 이런 성과에 따라 지난해에는 사회적 기업가 육성 사업 20곳, 경기도 지역 사회적 기업 9곳, 소상공인 14곳 등 40여곳을 멘토링했다. “지난해 결산을 해보니 1300여만원의 수입을 올렸더군요. 6명으로 나눠보면 한달에 한명당 20만원인 셈이죠. 사실상 교통비에 불과하지만 우리가 재능을 나누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만들어낸 가치라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최종영 전문위원) 2년 동안 멘토링을 하며 사회적 기업의 현실도 이해하게 됐다.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함께 좇아야 하지만 경영능력 등 경제적 역량은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래서 희망나눔세상의 의미가 더욱 중요하게 느껴졌다.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청년들이 도전하고 있지만, 그 열정을 지속시킬 경제적 기반을 만드는 능력은 부족한 것 같습니다. 기업을 경험한 젊은이가 드물죠. 반면 은퇴자들은 영리기업의 경험이 풍부합니다. 젊은이의 열정에 시니어의 경험을 합쳐 기업을 키워 시니어까지 재고용할 수 있다면, 젊은이와 시니어가 경쟁하는 게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모델도 가능할 것입니다.”(이종원 전문위원)
희망나눔세상은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케이디비시니어브리지센터 동아리에서 비영리단체로 독립할 예정이다. 퇴직한 전문인력을 비영리기관이나 사회적 기업에 연결하는 징검다리 구실(프로보노 허브)까지 영역을 넓히고, 온종일 재능기부가 어려운 은퇴자들도 짧은 시간 활동할 수 있도록 별도의 모둠을 꾸릴 계획이다.
“은퇴자들이 재취업과 창업만 쫓기보다는 재능기부를 통해 그동안의 경험과 지식을 나누며 일과 보람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꾸준한 자기계발을 통해 사회공헌활동의 폭을 넓혀 나간다면 일과 수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손홍택 전문위원)
글·사진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시니어브리지센터 수강 뒤 결성
사회적 기업 현장 가보니 차이 커
실무 복습에 집단 토의로 극복 청년들 열정넘치나 경제 역량 미흡
시니어의 기업 경험 합치니 윈윈
비영리단체 독립, 프로보노 허브로 2기와 3기에서 4명이 합류해 희망나눔세상은 현재 6명의 은퇴자로 구성되어 있다. 대기업 임원, 문화콘텐츠 전문가, 중소기업 대표, 정부기관 연수원 교수 출신으로 각각 마케팅·재무·인사·경영·전략·문화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다들 이력은 쟁쟁했지만 은퇴자 동아리에 멘토링을 선뜻 맡기는 곳은 없었다. 케이디비시니어브리지센터의 주선으로 2013년 9월 경기도 사회적기업희망재단에서 마을기업과 공연단체 등 예비 사회적 기업 6곳을 소개받을 수 있었다. 사업 분야에 따라 2인 1조를 구성해 매달 기업을 방문했다. 마을기업에서는 축제 현장의 동선과 사업별 운영 형태, 매출과 정산 과정을 꼼꼼히 점검했다. 공연단체에서는 공연 현장, 행사장, 매장을 직접 다니며 사업 규모와 콘텐츠 성격, 소비자의 반응을 확인했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의 현실은 대기업에서의 경험과 차이가 컸다. “기업에서 승진할수록 현장 업무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는데, 시작하는 기업들이 당장 필요로 하는 건 다 현장 업무거든요. 큰 그림은 쉽게 제시할 수 있는데, 세부적인 내용을 채워 넣는 게 힘들었습니다. 우리가 가진 지식과 경험이 대단한 것 같지만 현장에서는 발휘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새롭게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누굴 돕는다는 게 쉬운 게 아니더군요.”(박현철 전문위원) 희망나눔세상은 집단 토의를 통해 어려움을 풀어나갔다. 현장에서 나눈 상담 내용과 직원 역량, 업체 환경 등을 공유하고 함께 분석하자 공통의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업체마다 분야별 해결 방안과 단계별 일정을 수립했고, 숙제를 내준 뒤 개선 여부를 꼼꼼히 점검해나가자 현장의 반응이 달라졌다. 양태석(53) 전문위원은 “기존 컨설팅업체는 두세번 방문한 뒤 틀에 박힌 보고서를 던져주고는 실행 여부를 확인도 하지 않고 떠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우리의 진정성이 더 돋보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좋은 소식도 이어졌다. 희망나눔세상이 멘토링을 한 경기도 양평의 수미마을은 2013년 대한민국 농촌마을대상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양 위원은 “마을기업가의 노력이 가장 컸겠지만, 우리도 약간의 힘이나마 보탠 것 같아 내 일처럼 기뻤다”고 말했다. 연말에는 경기도사회적기업희망재단의 감사패도 받았다. 이런 성과에 따라 지난해에는 사회적 기업가 육성 사업 20곳, 경기도 지역 사회적 기업 9곳, 소상공인 14곳 등 40여곳을 멘토링했다. “지난해 결산을 해보니 1300여만원의 수입을 올렸더군요. 6명으로 나눠보면 한달에 한명당 20만원인 셈이죠. 사실상 교통비에 불과하지만 우리가 재능을 나누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만들어낸 가치라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최종영 전문위원) 2년 동안 멘토링을 하며 사회적 기업의 현실도 이해하게 됐다.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함께 좇아야 하지만 경영능력 등 경제적 역량은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래서 희망나눔세상의 의미가 더욱 중요하게 느껴졌다.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청년들이 도전하고 있지만, 그 열정을 지속시킬 경제적 기반을 만드는 능력은 부족한 것 같습니다. 기업을 경험한 젊은이가 드물죠. 반면 은퇴자들은 영리기업의 경험이 풍부합니다. 젊은이의 열정에 시니어의 경험을 합쳐 기업을 키워 시니어까지 재고용할 수 있다면, 젊은이와 시니어가 경쟁하는 게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모델도 가능할 것입니다.”(이종원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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