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기 마쳐도 최장 7년간 격리 규정
법무부 답변의무 없어 구속력 약해
11년전 사회보호법에는 폐지 권고
법무부 답변의무 없어 구속력 약해
11년전 사회보호법에는 폐지 권고
국가인권위원회가 형기를 마친 아동성폭력범·상습성폭력범·연쇄살인범을 최장 7년간 다시 사회와 격리시킬 수 있게 하는 ‘보호수용법안’에 대해 이중처벌 등을 이유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표명을 했다. 인권위는 2004년 보호수용법안의 ‘모체’인 사회보호법의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이중처벌 논란을 빚는 비슷한 법안에 대해 ‘폐지 권고’에서 ‘의견표명’으로 입장이 바뀐 것은 인권위의 후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권위는 5일 “법무부가 지난해 9월 입법예고한 보호수용법안은 보호감호 대상의 범위를 축소했지만 옛 사회보호법의 보호감호와 유사하고 본질적으로 형벌과 차이가 없다. 사회보호법 폐지의 주요 이유였던 이중처벌 문제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며 법무부 장관에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의견표명을 했다. 또 재범 위험성을 판단하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기준이 없고, 검사의 자의적 보호 청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두환 정권 때인 1980년 도입된 보호감호제는 이중처벌뿐만 아니라 가혹행위와 재소자 사망으로 대표적인 인권침해 제도로 꼽혀왔다. 인권위는 2004년 사회보호법 폐지를 권고했고, 이듬해 국회에서 25년 만에 폐지됐다.
인권위가 위헌성 시비가 불가피한 보호수용법안에 대해 ‘권고’보다 구속력이 약한 ‘의견표명’에 그친 것을 두고, 박근혜 정부의 ‘일벌백계’ 기조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 소장은 “인권위가 왜 의견표명만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다시 폐지 권고를 하지 않은 것은 부담을 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의견표명은 권고와 달리 피권고 기관(법무부)의 답변 의무가 없다.
뒤늦은 의견표명도 논란이다. 명숙 ‘국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 집행위원은 “사회보호법 부활 논란이 일었던 지난해 9월에 바로 대응했어야 한다.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의 인권위 등급심사를 앞두고 국제사회에 생색내기용 의견표명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인권위 인권정책과는 “입법예고 뒤 지난해 11월 토론회를 거쳐 의견표명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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