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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내전은 멈췄지만 아이들 학대·차별 없는 ‘긍정적인 평화’ 아직”

등록 2014-11-18 21:34

스리랑카 평화운동가 제한 페레라 박사
스리랑카 평화운동가 제한 페레라 박사
‘유엔세계고아의날 제정’ 지지 강연
스리랑카 평화운동가 페레라 박사
“5년 전 30년 내전이 끝났다지만 폭력과 테러가 멈췄다고 해서 평화를 이룬 건 아닙니다. 우리는 학대와 차별 없이 모두가 공존하는 평화를 원합니다.”

스리랑카국민평화협의회 상임이사인 제한 페레라(사진)는 이를 ‘긍정적인 평화’라고 다시 한번 설명했다. 지난달 31일 서울에서 열린 ‘유엔 세계 고아의 날 제정을 위한 하이 레벨 포럼’에 주제발표자로 초청받아 참가한 그는 “특히 아이들이 제대로 보호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진정한 평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발제문에서 “유니세프에서는 ‘고아’의 정의를 부모 양쪽 또는 한쪽이 없는 아이로 정해 놓았지만, 스리랑카에서는 전쟁 때 부모를 잃은 아이들은 물론이고 전후 혼란과 피폐한 경제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설에 맡겨진 아이들도 훨씬 많다”며 내전의 근본 원인인 주류 싱할라(신할리즈)와 소수 타밀족의 종족 갈등과 차별에 대한 지속적인 정치적 해결과 부모가 가정에서 자녀들을 보살필 수 있는 경제적 성장이 고아 문제 해결의 선결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스리랑카는 싱할라 정부군이 타밀 반군을 제압하긴 했지만 여전히 여행객에게 위험한 내전지역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유엔에서 전쟁범죄를 조사하고 있는 불안정한 상황이다. 유니세프는 내전 동안 100만의 아동들이 심각하게 피해를 입었으며 교육·건강·음식·의복 부족으로 고통받았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가 몸담고 있는 국민평화협의회에는 타밀족과 무슬림은 물론 종교·여성·어린이·언론·지역 등 가능한 한 다양한 분야의 시민단체가 참여해 연대기구를 이뤄 ‘평화 회복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고 그는 소개했다. “대표인 의장을 타밀족에서 맡는 등 협의회 자체도 차별 없이 공정한 조직과 운영으로 평화로운 공존을 추구하고 있지요.”

일찍이 1980년대 초반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로스쿨을 나온 그는 83년 귀국해 마하트마 간디의 철학에 바탕은 둔 풀뿌리 지역개발 운동에 뛰어들었다. 스리랑카 자유와 공정선거를 위한 국민행동(PFFREL) 사무총장도 맡고 있다. 세계 고아의 날 제정을 처음 제안한 사회사업가 윤기 숭실공생복지재단 명예회장과는 2009·2010년 오사카부에서 주는 ‘평화공헌상’을 나란히 받으면서 인연을 맺었다.

그는 스리랑카 정부가 아동의 가정보호를 원칙으로 하면서도 입양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비등록 시설의 아이들이 착취와 방치 그리고 학대에 노출될 위험이 높은 상태라며, ‘세계 고아의 날’ 제정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스리랑카의 어린이들의 인권 보호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비록 전쟁의 포성은 멈췄지만 내전을 일으킨 정치적 뿌리들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정치적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또다시 폭력 갈등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세계 고아의 날의 핵심 주제 중 하나는 유엔 차원에서 국제적 분쟁 방지의 필요성과 국제적 분쟁해결 구조를 강화시키는 것이어야 합니다.”

페레라 박사는 ‘어느 나라에서 태어났는지에 상관없이 고아들이 표준적 돌봄을 받을 수 있는 국제적인 기준과 보증, 감독 시스템을 갖출 것’을 제안했다.

글·사진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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