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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아이들 사진, 온라인에 무방비 노출…악용 가능성

등록 2014-05-19 19:20수정 2018-09-17 17:36

일러스트레이션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일러스트레이션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베이비트리] 어린이집 개인정보 보호 실태
개인정보 관리가 갈수록 중요시되고 있는 가운데, 어린이집·유치원·학원 등 어린이들이 다니는 상당수 기관들에서 아이들 사진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해 놓아 어린이 개인정보에 관한 좀더 체계적인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최근 아이들의 사진을 무작위로 스크랩하거나 합성해 아이들을 성적 대상화하는 듯한 분위기의 카페가 발견돼 누리꾼들 사이에 논란이 되는 등 기관들의 개인정보 관리 소홀로 인한 어린이들의 피해가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해당 사실을 알게 된 누리꾼들은 ‘네이버’와 ‘다음’에 관련 카페를 폐쇄시켜달라고 요구하고 피해 어린이집에선 경찰에 신고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섰다.

아이 사진 집중 수집한 ‘수상한’ 카페

4살 딸을 키우고 있는 주부 전아무개(31·서울 송파구)씨는 최근 자신이 자주 들르는 인터넷 카페에서 ‘수상한’ 카페에 관한 글을 읽었다. 이 카페 운영자가 아이들의 알몸 사진 등을 비롯한 물놀이 사진과 엉덩이에 주사를 놓는 사진 등 병원놀이 사진만을 집중적으로 수집한다는 얘기였다. 전씨는 궁금해서 그 카페에 들어가 게재된 사진들을 둘러보고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대충 보면 아이들의 사진을 그냥 스크랩해놓은 것 같지만, 주로 아이들의 신체 부위가 드러난 사진들을 모아놓아 맥락상 이상한 느낌을 주었다.

게다가 이 카페 운영자는 가슴을 크게 부각시킨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한 아이의 얼굴을 합성해 놓거나, 아이를 성적 대상화하는 댓글들을 중간 중간 달아놓았다. 카페 운영자는 지난 2006년 6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총 414개의 게시물을 올렸고, 게시물의 대부분이 아이들 관련 사진이었다. 회원은 17명이었으나 대부분의 게시물은 카페 운영자가 작성했다.

전씨는 “카페 운영자가 아이를 성적 대상화하는 것 같아 불쾌감을 느꼈다”며 “피해를 본 어린이집 두 군데의 연락처를 알아내 피해 사실을 알렸는데 두 곳 다 피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전했다. 전씨의 연락을 받은 피해 어린이집 원장은 이 사실을 경찰에 알리는 한편 카페가 개설된 포털에 연락해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도록 요구했다. 피해 어린이집 원장은 “어린이집 카페에 아무나 들어올 수 없게 설정해놓았는데 어떤 경로를 통해 이렇게 사진을 스크랩해갔는지 알 수 없다”며 “앞으로 어린이집 카페 회원 관리를 더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어린이집 누리집 등에 공개된 어린이 사진을 모으고 어린이를 성적 대상화한 한 카페의 일부 게시물 갈무리.
어린이집 누리집 등에 공개된 어린이 사진을 모으고 어린이를 성적 대상화한 한 카페의 일부 게시물 갈무리.

어린이집 누리집 등에 공개된 어린이 사진을 모으고 어린이를 성적 대상화한 한 카페의 일부 게시물 갈무리.
어린이집 누리집 등에 공개된 어린이 사진을 모으고 어린이를 성적 대상화한 한 카페의 일부 게시물 갈무리.

회원·부모 확인 없이도 접근 가능
특정 신체부위 사진 모은 ‘카페’ 등장
아이들 성적 대상화 피해 우려
홈페이지 개설·관리 지침 만들고
인증 절차 거치거나 부모 동의 필요
연합회 등 뒤늦게 매뉴얼 도입 검토

개인정보 관리 소홀한 어린이 기관 여전히 많아

이 카페에 게재된 아이들 사진 상당수는 아이들 사진을 무작위로 공개해놓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카페에서 스크랩된 것이었다. 누구나 스크랩·저장·검색 가능한 정보는 이러한 사건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일부는 부모들만 볼 수 있는 게시물도 스크랩된 것으로 확인됐지만, 어떤 경로로 이 운영자가 스크랩을 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한겨레>는 이 카페 운영자가 무슨 목적으로 왜 이렇게 사진을 모으는지 당사자의 해명을 듣기 위해 계속 접촉을 시도하고 카페에 글도 남겼으나 운영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사이버 음란물이 갈수록 늘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들의 개인정보가 이런 식으로 악용될 소지는 다분하다. 그러나 어린이들이 다니는 다양한 기관들은 물론이고 학부모들조차도 이러한 위험성에 대한 인식은 낮은 편이다. <한겨레> 취재 결과, 상당수 어린이집·유치원·학원 등의 홈페이지나 카페에서는 회원 가입과 부모라는 확인 절차를 밟지 않아도 아이의 사진을 볼 수 있도록 공개해 놓은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면, 충북 청주시의 ㄱ유치원의 누리집 앨범을 보면 각 반의 아이들 활동 사진을 누구나 볼 수 있다. 또 ‘다음’과 같은 포털에서 ‘어린이집’과 ‘물놀이’를 키워드로 이미지를 찾으면 총 8800여건의 이미지가 검색되는데, 이 중 상당수는 어린이집에서 공개해놓은 사진들이었다. 어떤 기관들에서는 또 회원 가입만 하면 사진 등을 볼 수 있는 경우도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나 유치원총연합회 차원에서 홈페이지나 카페 개설과 관련해 아이들의 개인 정보를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매뉴얼이나 특별한 지침도 없는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이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관 차원에서 아이들의 개인정보가 보호될 수 있도록 철저하게 관리하고 부모들도 아이들의 개인 정보 중요성에 대해 인식해야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에서 아이들의 사진을 기관 홍보를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반드시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다. 또 아이들의 사진 등을 홈페이지나 카페에 올릴 때는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하지 말고 부모들만 볼 수 있도록 인증 절차를 철저하게 거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유해 정보나 다른 사람의 권리 침해 가능성이 있는 카페나 블로그를 발견했을 때 누리꾼들의 적극적인 감시와 신고도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번 사건에서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해당 어린이집과 포털에 알리지 않았다면 피해자는 계속 양산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포털 ‘다음’ 관계자는 “포털들은 자체적으로 매일 모니터링을 통해 유해 정보가 있거나 다른 사람의 권리 침해가 의심되는 카페로 판단되면 즉각적으로 패쇄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아무리 철저하게 한다고 해도 1천만개나 되는 카페를 완전하게 모니터링하는 것은 힘드니 피해자나 누리꾼들의 적극적인 신고와 감시가 좀더 깨끗한 인터넷 공간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아동 사진에 대한 초상권자의 경우 ‘다음’ 고객센터의 ‘권리침해신고센터’를 통해 신고가 가능하다. 제 3자의 경우 ‘유해정보신고센터’를 통해 불법·유해한 게시글 또는 카페를 신고할 수 있다. 제 3자 신고의 경우 ‘다음’ 자체 규제기준에 따라 카페 블라인드 등 적절한 조치가 가능하다.

연합회 등 정보보호 조처 밝혀

한편, 최근 어린이들의 개인정보 관리 실태에 대해 <한겨레> 취재진을 통해 알게 된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와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쪽은 연합회 차원에서 아이들의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매뉴얼을 만드는 등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정광진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회장은 “어린이집 홈페이지나 카페는 지금까지 각 기관별로 자율적으로 운영해왔다”며 “아이들의 개인 정보 보호가 중요한 만큼 이사회 회의에 보고하고 매뉴얼을 만드는 등에 대한 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최성균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홍보국장도 “유치원 내부 통신망을 통해 최근 일어난 사건을 알리고 사진 등을 부모들만 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각 기관들에 알리겠다”고 밝혔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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