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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소설 ‘나마스테’ 주인공 귀화불허…‘품행 미단정’ 때문?

등록 2014-04-02 20:28수정 2014-04-04 16:05

네팔 국적의 티베트 난민 라마 다와 파상(한국이름 민수)씨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있는 자신의 티베트 음식점에서 법무부로부터 받은 귀화신청불허 통지서를 보여주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네팔 국적의 티베트 난민 라마 다와 파상(한국이름 민수)씨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있는 자신의 티베트 음식점에서 법무부로부터 받은 귀화신청불허 통지서를 보여주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네팔 국적 라마 다와 파상
식당 철거에 항의하다 받은
벌금형 이유로 법무부서 거부
인권위도 “전과이유로 불허는 잘못”

“한국인 아내 등 6식구 가장인데
정말 한국 사람되면 안되는 건가요?”
지난해 5월29일 서울출입국사무소 별관. 네팔 국적의 티베트난민 라마 다와 파상(38·한국이름 민수)은 한국 귀화 면접을 보았다. 면접장에 들어가자 벽에 걸린 태극기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가슴에 손을 얹고 애국가 1절을 불렀다. 한국인이 되겠다는 서약서도 읽었다. 15년 전인 1998년 한국에 온 그에게는 쉬운 일이었다. 면접관이 추가로 동해에 있는 섬 이름과 3·1절, 개천절의 의미를 아는지 물었다.

그런데 지난 1월 갑자기 법무부 국적난민과에서 전화가 왔다. ‘혹시 법정에 나간 일이 있냐’고 물었다.

2010년 겨울 민수씨는 ‘철거민’이었다. 2006년 결혼한 한국인 부인 이근혜(35)씨와 2008년부터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네팔·티베트 음식점 ‘포탈라 레스토랑’을 운영했다. 하지만 어렵게 차린 식당 건물은 곧 도시환경정비사업에 따라 철거 대상으로 지목됐다. 2011년 9월 그는 크레인의 진입을 막고 해산명령에 불응했다는 혐의(업무방해 등)로 기소됐다. 지난 2월28일 대법원은 벌금 500만원을 확정했다.

결국 귀화 신청은 불허됐다. 지난달 법무부장관 명의의 ‘귀화불허통지서’가 집으로 날아들었다. 이유는 민수씨의 범죄경력에 더해 ‘품행미단정’이었다. 국적법은 귀화 요건 가운데 하나로 ‘품행이 단정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2년 “전과 등을 이유로 귀화를 불허하는 것은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귀화 과정의 차별이 없도록 ‘품행 단정’ 등의 조항에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라”고 법무부 장관에 권고했던 바로 그 조항이다.

“한국인 아내 등 6식구 가장인데
한국 사람으로 살면 안되는 건가요?”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관철동으로 옮긴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기자와 만난 그는 법무부의 귀화불허통지에 허탈해 했다. “건설현장, 미나리농장에서도 일했어요. 식당을 하기까지 한국이 제게 많은 것을 가르쳐줬고, 많이 행복했어요. 그리고 많은 걸 빼앗았고 많이 아프게 했어요. 저는 그냥 여기서 살고 있을 뿐인데….”

민수씨는 소설가 박범신씨가 쓴 <나마스테> 속 남자주인공 ‘카밀’의 실제 모델이다. 소설이 아닌 현실 속의 민수씨도 고단하기는 마찬가지다. 은행 대출금을 갚느라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고 한다. 다리가 불편한 장모와 세 아이가 딸린 가장이다. 늦게까지 일하다보면 7살, 4살, 3살인 아이들 얼굴 한 번 보지 못하는 날이 많다.

“제가 정말 한국에서 살면 안 되는 거냐고 묻고 싶어요. 인터뷰하는 지금도 내게 불행한 일이 또 일어나는 건 아닐까 솔직히 겁나요. 저항하면 불온하다고 딱지 붙이는 사회가 한국 사회 아닌가요?”

벌금형을 받은 외국인은 ‘강제퇴거 대상자’로 분류돼 체류 상태에 따라 강제추방 여부를 심사받게 된다. 그는 자신의 성 ‘라마’를 부인의 성으로 바꾸고 싶다. 어쩔 수 없이 부인의 성을 붙인 아이들 이름을 바꾸고 싶지 않아서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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