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 학생들의 사회인식
청소년들이 삶에 만족을 느끼고 미래에 대한 꿈을 키우는 데는 학교 성적보다 부모의 경제력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가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함께 지난 7월5~17일 전국 31개 중학교 2학년생 19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만족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부모의 경제력이 ‘상·중·하’ 가운데 ‘상’이라고 답한 청소년(475명)의 79.5%(378명)가 ‘그렇다’(매우 그렇다 31.8% 포함)고 답했다. 반면 부모의 경제력을 ‘하’로 답한 청소년(299명)의 경우는 55.3%(165명)만이 긍정적인 답변(매우 그렇다 12.3% 포함)을 했다.
부모의 경제력에 따른 인식 차이는 24.2%포인트에 달한 반면, 성적에 따른 차이는 13.5%포인트에 그쳤다. 성적이 ‘상’인 청소년은 77.6%가 ‘만족한다’고 답했고, ‘하’인 청소년은 그 비율이 64.1%였다. 잘사는 가정의 공부 못하는 청소년의 삶에 대한 만족도(74.1%)가 가난한 가정의 공부 잘하는 청소년의 만족도(56.1%)보다 훨씬 높았다.
중2 77% “우리 사회는 불공정”…24% “자주 자살충동”
아이들의 생각이 부모의 경제력에 영향을 받는 경향은 미래의 꿈에 대해 묻는 질문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경제력이 ‘상’인 청소년은 87.6%가 긍정적인 답변을 했으나, 경제력이 ‘하’인 청소년은 77.2%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우리 사회가 대체로 공정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76.8%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이 가운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한 학생도 35.0%나 됐다. 특히 부모의 경제력을 ‘상·중·하’로 나눴을 때 ‘하’에 속한다고 답한 학생들 가운데 우리 사회가 공정하다고 답한 경우는 19.0%에 그쳐, 다섯에 한 명꼴도 채 되지 않았다. 부모 경제력이 ‘상’인 아이들의 경우는 같은 대답이 24.6%였다.
‘자살충동을 자주 느끼느냐’는 물음에는 넷에 하나꼴인 24.0%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남자보다는 여자가 2배가량 높았고, 대체로 부모의 경제력이 떨어질수록, 성적이 낮을수록, 대도시 거주자보다는 농어촌지역 학생에게서 그 비율이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 가정 형편이 나쁜데 공부를 잘하는 학생의 경우 무려 절반에 가까운 49.4%가 자살충동을 자주 느낀다고 답한 반면, 잘사는 집의 공부 잘하는 학생의 경우는 그 비율이 17.4%에 그쳐 극명한 대비를 보였다.
자살충동을 느끼는 때는 ‘부모님이나 가족 사이에 갈등이 생길 때’(61.9%·중복 답변)가 가장 많았고 ‘성적이 크게 떨어져 의욕이 없을 때’(46.7%), ‘세상에 나 혼자라는 외로움이 들 때’(38.5%), ‘외모로 고민할 때’(16.1%), ‘친구들로부터 폭력이나 왕따를 당할 때’(13.9%) 등의 차례였다.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양극화에 따라 계층 이동의 기회가 예전보다 줄고 사회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는 현실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2.2%포인트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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