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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이사람] “얼마나 더 죽어야 확산탄 생산 멈출텐가”

등록 2012-03-11 20:03

코살(왼쪽), 코흐란 수녀(오른쪽)
코살(왼쪽), 코흐란 수녀(오른쪽)
지학순평화상 수상 위해 방한
코살, 다리 잃고 반대운동에
외교부 면담·한화앞 기자회견
‘캄보디아지뢰금지’ 설립자 코흐란 수녀와 활동가 코살

1999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목발을 짚은 15살 소녀가 한 신발 가게에 가서 “신발을 한쪽만 살 수 있느냐”고 물었다. 주인은 “미

안하지만 신발을 한쪽만 팔면 불운이 찾아온다”며 고개를 저었다.

캄보디아 북부 바땀방의 한 시골마을이 고향인 송 코살(28)은 1989년 땔감으로 쓸 볏짚을 가지러 어머니와 함께 집 앞의 논으로 나갔다가 묻혀 있던 지뢰를 밟았다. 이 사고로 당시 5살이었던 코살은 오른쪽 다리 전체를 잃었다. 사고가 났을 때 코살은 너무 어렸던 터라 당시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기억하지 못한다.

11일 캄보디아지뢰금지운동(CCBL)을 대표해 제15회 ‘지학순정의평화상’을 수상하러 한국을 찾은 활동가 코살과 공동창립자 데니스 코흐란 수녀를 서울 종로구 프린스호텔에서 만났다. 코살은 인터뷰 도중 20년도 넘은 일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사고 후에 길거리에서 아이들이 저를 ‘니카봇’(장애인)이라며 놀렸던 게 가장 가슴 아픈 기억입니다.”

사고 뒤 집 안에서만 외롭게 지내던 코살이 국제지뢰확산탄금지운동가가 된 것은 10살 때인 1994년, 한 스페인인 예수회 신부를 만나면서부터다. 지뢰피해자들을 위해 의족을 만들어주는 활동을 하던 신부는 코살에게 의족을 만들어주면서 창립을 준비 중이던 캄보디아지뢰금지운동에 함께 해줄 것을 부탁했다. 캄보디아에는 베트남 전쟁 때 미군이 투하한 확산탄(집속탄)과 16년에 걸친 내전 때 살포된 지뢰로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자만 6만5000명에 이른다. 확산탄은 큰 폭탄 안에 수십~수백개의 작은 폭탄을 넣어 공중에서 흩뿌리거나 자주포로 발사해 전투병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대량 살상하는 무기다.

운동가로 변신한 코살은 지난 17년간 전세계 20개국을 돌아다니며 지뢰와 확산탄이 없어져야 하는 이유를 온 몸으로 증언했다. 코살은 1997년 국제지뢰금지운동(ICBL)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게 되었을 때 수상 대표단의 일원으로 상을 받았다. 확산탄 금지 운동의 분수령이 된 2008년 오슬로에서 열린 확산탄금지협약(CCM)에서도 연설했다. 코흐란 수녀는 “아름다운 미소와 마음을 가진 작은 소녀인 코살이 연설을 하면 항상 많은 청중들이 눈물을 흘렸다”며 “코살은 지뢰·확산탄 금지 운동의 큰 힘이었다”고 말했다.

코살과 코흐란 수녀는 13일 시상식 전까지 확산탄 최대 생산국 중 한 곳인 한국에서 지뢰·확산탄 반대 운동을 펼친다. 2011년 국제확산탄금지운동 단체들이 선정한 세계 8대 확산탄 생산 기업 명단인 ‘수치의 전당’(Hall of Shame)에 한화는 2위, 풍산은 5위로 이름을 올렸다. 코살과 코흐란 수녀는 외교통상부와 국방부를 찾아가 책임자를 면담하고, 12일엔 대전 한화공장 앞에서 확산탄 생산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코살은 “한국 정부가 반인도주의적이고 군사적으로도 유용성을 잃은 지뢰와 확산탄을 금지하는 협정에 조속히 가입하도록, 한국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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