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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우리 머리 냅둬!” ‘고삐리 꼴통’이 나섰다

등록 2011-10-30 13:21수정 2011-10-31 09:53

29일 오후 4시 중고교생 40여명이 `옷차림과 무관하게 모든 학생에게는 인권이 있다'고 주장하며 산본역 일대를 행진했다. 박수진 기자
29일 오후 4시 중고교생 40여명이 `옷차림과 무관하게 모든 학생에게는 인권이 있다'고 주장하며 산본역 일대를 행진했다. 박수진 기자
‘경기도학생인권조례’ 시행 1년…열악한 학생인권 알리려

전국 각지 학생 모여 산본역 행진 “꼴통도 사람이다” 외쳐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학생들 머리스타일 염색인들 어떠하리
교사도 같이 하여 꾸미면서 친해지세”

“졸업날까지 인권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입시에 따른 차별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자유를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학교구성원을 존중해야지.(이하 생략) ”

‘고삐리 꼴통’들이 거리에 나섰다. 지난 29일 오후 4시30분. 경기도 군포시 산본역 3번출구. 40여명의 중·고교생,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대 등이 모였다. 옷차림은 ‘안습(보기에 안쓰러워 눈에 눈물이 고일 지경을 일컫는 인터넷상의 용어)’이다. 노란 파마 머리 가발, 빨간 파마 머리 가발, 연두색 가발 등을 머리에 썼다. 교복치마를 미니스커트처럼 동동 접어 입기도 하고, 머리에 웨이브를 한껏 넣기도 했다. 수염을 깎지 않기도 했고, 교복 위에 선글라스를 쓰기도 했다. 이들이 주장하는 것은 “옷을 어떻게 입든, 머리를 어떻게 하든, 우리에겐 인권이 있다”이다. 이들은 이날 태종 이방원이 지은 시조 ‘하여가’와 윤동주의 ‘서시’를 개시한 뒤 함께 외치며 산본역 일대를 행진했다.

[%%HANITV1%%]

이른바 ‘꼴통행진’에 참가한 유영주(18)양은 충남 홍성에서 왔다. 구불구불한 웨이브 머리에 빨간 가발을 얹었다. “교복 치마는 무릎까지, 머리는 몇 ㎝넘으면 무조건 묶으라고 하고, 그런 규제를 왜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학생답다’는 게 도대체 뭔지, 그건 누가 만든 건지 선생님들께 되묻고 싶어요.” 유양이 말했다.

유 양은 집회에 자유롭게 참석하지 못하게 하는 학교의 방침도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제가 2008년에 ‘소고기 촛불 집회’에 가려고 하면 선생님들이 항상 그랬어요. ‘대학 가서 하라’고. 우리가 고등학생이라고 해서 소고기 협상이 문제가 아닌 건 아닌데, 선생님은 ‘너희는 조용히 해’라고 말해요. 1919년 3·1운동의 주역도 다 20살 미만이었잖아요.” 유양은 그래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반대를 위해 시민들이 힘을 모은 ‘희망버스’ 행사에 학교나 어른께 알리지 않고 참석했다. 유 양은 “우리가 크면 노동자가 될텐데, 돈 때문에, 자본가 때문에 사람이 죽고 가족이 헤어지는 게 너무 안타까웠어요. 남 일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꼭 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라고 참석 이유를 밝혔다. 그리고 “아마, 말했으면 또 못 가게 했겠죠”라고 한 마디 덧붙였다.

행진 중간중간에 “우리는 꼴통이다” “학생다움 거부한다” “꼴통도 인간이다”를 외쳤다. 김민주(18)양은 “넥타이 한 번 안 매면 벌점 1점이고, 벌점이 5점이면 학교에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 하고, 벌점이 20점이면 퇴학”이라며 “넥타이 스무번 안 매고 왔다고 퇴학당해야 하는 게 말이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양은 “머리가 길면 묶어야 하고, 염색은 안 되고, 그런 기준은 누가 정하는 지 모르겠다”며 “우리 학교는 예술고등학교인데 그런 규제들이 창의력을 갉아먹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상헌(19)군도 “휴대폰만 소지해도 ‘불량학생’이라고 딱지를 붙인다”며 “그런 학교가 답답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고등학교를 그만둔 따이루(19·별칭)군은 “전국 최초 학생인권조례인 ‘경기도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고 시행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 경기도에서도 제대로 실천되지 않고 있고, 경기도 이외 지역 학교 현장에서는 큰 변화가 없다”며 “여전히 학교 안에서는 학생 인권보다는 성적으로 아이들을 줄세우기 하고, 평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따이루가 학교를 관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따이루는 “일례를 들면, 성적이 좋은 아이가 지각하면 ‘아 오늘 좀 늦었네’ 하고 넘어가지만 성적이 나쁜 아이가 지각하면 체벌을 한다”며 “공부가 아닌 다른 여러가지 개성으로 학생을 북돋아주는 교육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꼴통행진을 기획한 난다(19·별칭)양은 “옷차림이 조금 이상하다고, 학교가 만든 규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다고 ‘문제아’라고 낙인찍고 배제하는 교육에 학생들은 숨막힌다”며 “학생을 통제하려 하지 않고 ‘모든 학생이 인간이며 자유가 있고 존엄하다’는 정신이 담긴 학생인권조례가 곳곳에 뿌리내려서 학생인권이 꽃 피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침 이 곳에 놀러나왔던 또래들도 이들의 주장에 동조했다. 인근 중학교에 다니는 손아무개(16)군은 “날씨가 추워서 교복 위에 잠바를 입으려고 해도 못 입게 하고, 겨울 교복 자켓도 학교에서 날짜를 정하면 그때부터 입어야 한다”며 “정말 쓸데없는 규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유아무개(16)군도 “옷차림과 공부는 아무 관계가 없는데, 선생님들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없는 규제도 만들어서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영상 정주용 피디 j2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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