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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이사람] “숭고한 생과의 이별, 이방인인들 다르랴”

등록 2011-10-12 21:06

김인선(61) 대표
김인선(61) 대표
파독 광부·간호사 ‘임종 지킴이’ 김인선씨
‘이종문화간 호스피스 동행’ 대표
33년 간호사 생활 뒤 300명 배웅
에세이 ‘내게 단 하루…’ 출간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죽음을 받아들이는 모습은 다를 수 있어요. 이주민을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하고 그들의 죽음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중요합니다.”

독일에서 이종문화간 호스피스단체 ‘동행’을 이끌고 있는 김인선(61·사진) 대표가 자전 에세이집 <내게 단 하루가 남아있다면> 출판을 기념해 11일 고국을 찾았다.

책에는 1972년 파독 간호사로 건너간 그가 33년간 베를린과 뒤셀도르프 등에서 간호사로 일하다 2005년 호스피스 단체 ‘동행’을 세워 6년간 약 300명의 죽음이 외롭지 않도록 ‘동행’해온 이야기가 담겼다. 수익금은 베를린 중심부에 홀몸노인과 치매노인이 함께 모여 죽음을 기다릴 수 있는 ‘동행의 집’을 짓는 데 쓸 예정이다.

“한국에서보다 독일에서 산 시간이 갑절이에요. 죽으면 고향에 묻히고 싶다는 마음이 컸는데, 나뿐 아니라 독일 사회 이주민들 모두가 겪는 고민이라는 걸 알았죠.”

스스로 이질적 존재였다고 말하는 김씨는 독일 사회에서 동화되지 못한 채 평생 고향만을 그리워하다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이방인의 삶에 주목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사회통합에 실패했다”고 말할 만큼 다른 종교와 문화에 대해 배타적인 독일 사회지만, 스스로의 삶을 마감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경험만큼은 경계가 없다고 생각했다.

“터키 사람인 남편을 따라 기독교에서 무슬림으로 개종한 어느 독일 여성의 마지막이 자주 떠올라요.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을 했고 2년 만에 자궁암에 걸렸는데, 참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하더군요. 담담하게 죽음을 맞는 모습이 존경스러웠어요.”

김씨는 ‘상대적으로 교육 수준이 낮고 타지에서 겪는 스트레스가 많은 탓에 독일인에 비해 이주민의 평균수명이 짧다’며 한국 사회에서 부유하는 또다른 이주민들의 삶을 염려했다. “독일은 이주민이 독일에 흡수되기를 강요했어요. 하지만 그들의 정체성을 존중하고 사회의 일원으로 동등하게 인정해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우선입니다. 한국의 이주역사는 20년밖에 안 됐으니 아직 기회가 없지는 않아요.”

그는 사회의 자살 예방 책임도 강조했다. “6개월 전 독일에서는 노부부가 안락사가 합법인 스위스로 기차여행을 떠나 숨진 일이 있었어요.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이들의 선택을 강제로 막을 수는 없어요. 하지만 사회는 삶을 포기하는 선택을 하는 이들이 늘지 않도록 성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슬픈 이별이 아닌 아름다운 추억 여행이 되도록 마지막길을 동행해온 그는 삶에 대한 긍정과 소외된 이웃에 대한 애정이 그 힘이라고 소개했다. “누구도 죽음은 거부할 수 없어요. 마지막 가는 길 모두가 주인공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도와야죠. 저 역시 매일 내려놓음을 배웁니다.”

글·사진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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