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장갑 없다는 건 이유 안돼”
대학병원에서 인체 면역결핍 바이러스(HIV) 보유자의 수술을 거부한 것은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이 수술용 특수장갑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HIV 보유자의 고관절 전치환술(인공관절 시술)을 하지 않은 것은 차별로 판단했다고 7일 밝혔다. 인권위는 해당 대학병원장에게 비슷한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인권교육을 할 것을, 보건복지부장관에게는 해당 대학병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할 것을 각각 권고했다.
HIV 보유자인 김아무개(47)씨는 지난 2월 “지난해 대학병원에서 왼쪽 고관절 전치환술 진단을 받아 수술을 요청했으나 병원에서 HIV 보유자의 수술 시 필요한 특수장갑이 없어 수술이 어렵다는 이유로 수술 일정을 잡지 않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는 “조사 결과 HIV 보유자 수술용 특별장비가 필요하다기보다 혈액 등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장비면 충분하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해당 병원이 다른 의사들과 상의해 일정을 조정하는 등의 노력 없이, 환자의 수술 요청이 거듭되자 다른 병원으로 옮기도록 한 것은 HIV 보유자의 수술을 꺼린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인권위가 2005년 실시한 ‘HIV 감염인 및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환자 인권상황 실태조사’에서는 HIV 감염인 255명 가운데 55.2%가 의료기관에서 검사 또는 수술 순서가 뒤로 밀려본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감염내과가 아닌 다른 과 진료 시 의사에 의한 차별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53.6%였으며, 51.3%는 진료 거부 등이 두려워 의료시설에 감염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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