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 모지아니(11)
‘아동보건국제포럼’ 참가한 케냐 소년 샌 모지아니
“일년이면 말라리아를 대여섯번씩 앓고 지나가죠.”
4일 서울 역삼동 포스틸타워 3층에서 만난 케냐 소년 샌 모지아니(11·사진)가 말했다. 카지아도 지역의 일모티옥 마을에 사는 모지아니는 작고 야윈 얼굴이었지만 눈빛만큼은 반짝반짝 빛났다.
“말라리아를 앓는 건 모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우리 집엔 모기장이 없어요. 우리 마을 사람들 모두 마찬가지죠.” 이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늘 말라리아가 동반하는 끔찍한 두통과 빈혈에 시달리고 어린아이들은 목숨을 잃기도 한다.
월드비전 동아프리카지역 보건 디렉터 메스핀 로하(45)와 함께 온 모지아니는 이날 열린 ‘아동보건국제포럼’에서 이처럼 열악한 아프리카의 생활 환경을 소개했다. 5살 미만 어린이 사망률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자 마련된 이번 포럼은 국제구호단체인 월드비전과 남경필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실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부모님이 너무 어릴 때 돌아가셔서 얼굴도 기억이 안 나요. 대신 할머니가 절 키워주셨어요.” 모지아니의 부모는 모두 에이즈로 숨졌고 할머니는 남은 손주들을 억척같이 키웠다. 덕분에 17살인 형, 15살 누나 등 3남매 모두 학교를 다니고 있다. 모지아니는 “집에서 염소나 양 등을 키워야 해서 학교를 나오지 않는 친구도 많다”며 “나는 주중에는 학교에 나가고 주말에만 염소에 풀을 먹인다”고 말했다.
소년에게 가장 괴로운 일은 ‘물 부족’이라고 했다. 할머니는 손주들에게 물을 먹이기 위해 이틀에 한번씩 2시간을 걸어 우물에 다녀온다. 모지아니는 “일찍 결혼해서 임신을 하는 바람에 학교를 그만둔 친구도 있다”며 “누나가 할례(여성의 외부성기 일부를 잘라내는 의식)를 받았기 때문에 이것이 아주 나쁘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의사가 되는 게 꿈이에요. 말라리아 같은 질병에 걸린 친구들을 치료해주고 싶어요. 그런데 이번에 한국에 오면서 비행기를 타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파일럿도 되고 싶어요.” 모지아니가 흰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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