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인권·복지

또다른 ‘봉고차 모녀’들 여전히 생계 벼랑

등록 2010-02-23 14:42수정 2010-02-23 14:45

집중진단 이명박 정부 2년
부양자·재산 기준 걸려 최저생계비 사각지대에
410만명 혜택 못받아… 일시지원도 올해 중단






2008년 경제위기를 겪으며 사각지대 빈곤층의 고통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 대책은 근본적 처방보다는 ‘일회성 땜질’에 그쳐, 이들의 고통을 껴안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정부가 지난해 3월 추산한 사각지대 빈곤층은 410만여명이다. 소득은 최저생계비 미만이지만 부양의무자와 재산 기준 때문에 수급자가 되지 못한 사람이 340만여명, 차상위계층(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00~120%인 가구)이지만 재산 등을 살펴볼 때 사실상 빈곤층인 경우가 70만여명이다. 사각지대 빈곤층은 2006년 329만5000명에서 2007년 368만3000명, 2008년 401만1000명으로 빠르게 늘었다. 하지만 기초생활보장 수급률은 3%(150만~160만명 안팎)에 멈춰 있다.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410만여명으로 추산되는 사각지대 빈곤층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의 쪽방촌에서 한 주민이 연탄을 나르고 있다.  이정아 기자 <A href="mailto:leej@hani.co.kr">leej@hani.co.kr</A>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410만여명으로 추산되는 사각지대 빈곤층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의 쪽방촌에서 한 주민이 연탄을 나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강원도에 사는 이아무개(55)씨는 ‘봉고차 모녀’와 비슷한 처지다. 이씨는 장애2급인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데, 300만원에 압류가 잡힌 승합차 때문에 수급자가 되지 못했다. 승합차는 차값이 100% 소득으로 잡혀 수급자가 될 수 없다. 이씨는 “세금과 공공요금을 내지 못해 차가 압류됐는데 300만원이 없으면 차를 팔 수가 없다. 지금 당장 목돈이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공공요금을 낼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한데도 승합차 때문에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경제위기로 인해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이들이 늘어나는데도 정부는 제도를 완화해 사각지대 빈곤층을 수급자로 끌어들이는 대신, 한시생계구호와 생계비 융자, 저소득층 에너지 보조금, 긴급복지 등 단발성 정책으로 대응했다. 이마저도 올해는 경제지표가 나아질 전망이라며, 한시적으로 투입한 예산을 대부분 없앴다. 한시생계구호(4181억원)와 저소득층 에너지 보조금(902억9100만원)은 전액 없어졌고, 생계비 융자와 긴급복지는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김미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취약계층은 경제위기의 충격을 가장 먼저 받고,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는 가장 나중에 혜택을 받는다. 과거 경험을 감안하면, 한시생계구호 예산 등을 없애거나 삭감한 것은 다소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경제지표는 1~2년 사이 회복됐지만 상대빈곤율(빈곤지표)은 계속 악화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우리나라 빈곤 변화 추이와 요인 분석’ 보고서를 보면, 2008년 도시가구 상대빈곤율은 14.3%로, 2000년(10.5%)보다 3.8%포인트나 높아졌다. 상대빈곤율이란 전체 가구를 소득수준별로 나란히 세웠을 때 한가운데에 위치한 가구가 벌어들인 소득(중위소득)의 50%를 밑도는 가구 비율이다.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수는 “경제위기로 빈곤층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는데도 정부는 제도 개선 없이 한시적 대책을 펴다가 감세와 4대강 사업 때문에 예산이 부족하자 올해 (단발성 지원책마저) 대거 없앴다”며 “사각지대 빈곤층은 방치돼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정부 지원이 끊긴 한시생계구호 41만가구 가운데 기초생활수급자에 해당되는 경우 제도 안으로 편입시키고, 일자리를 찾아주거나 후원 등 민간지원을 연결해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시생계구호를 받던 빈곤층은 수급자 조건이 되지 않은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로, 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수급자가 될 수 없어 정부 대책은 ‘공염불’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또다른 ‘봉고차 모녀’들 여전히 생계 벼랑
또다른 ‘봉고차 모녀’들 여전히 생계 벼랑

또 정부는 경제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며 빈곤층 지원 대책을 대부분 중단하면서, 올해 최저생계비도 2000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시행된 이래 가장 낮게 올렸다. 지난해 8월 결정된 올해 최저생계비 인상률은 한국은행이 전망한 물가상승률(3%)에도 못 미치는 2.75%에 그쳤다. 최저생계비는 기초생활수급자 선정은 물론, 160만명에 이르는 수급자의 급여액수와 영·유아 보육, 장애수당 등 복지사업 전반의 기준으로 활용돼 파급력이 매우 크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의 전은경 팀장은 “2002년과 2005~2007년에는 2%대의 물가상승률에도 불구하고 최저생계비 인상률이 3%를 넘었다.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계층에게 영향을 주는 최저생계비를 이렇게 결정해 놓고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펼치겠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 직접 진술’ 없이 법정 간다…수사기관 3곳 왜 엉켰나 1.

‘윤석열 직접 진술’ 없이 법정 간다…수사기관 3곳 왜 엉켰나

검찰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기소…“혐의 입증할 증거 충분” 2.

검찰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기소…“혐의 입증할 증거 충분”

검찰, 윤석열 구속기소…헌정사상 첫 현직 대통령 재판행 3.

검찰, 윤석열 구속기소…헌정사상 첫 현직 대통령 재판행

한반도 상공 ‘폭설 소용돌이’…설 연휴 30㎝ 쌓인다 4.

한반도 상공 ‘폭설 소용돌이’…설 연휴 30㎝ 쌓인다

전도사 “빨갱이 잡으러 법원 침투”…‘전광훈 영향’ 광폭 수사 5.

전도사 “빨갱이 잡으러 법원 침투”…‘전광훈 영향’ 광폭 수사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