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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4대강, 충분한 논의없이 진행”

등록 2009-11-12 19:36수정 2009-11-12 23:36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 한국정부 심의
용산참사는 과도한 물리력 탓…재개발 지적도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규약’(이하 사회권 규약)은 ‘시민·정치적 권리규약’과 함께 국제인권규약의 양대 축이다.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 위원회는 11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본부 ‘팔레 드 윌슨’에서 우리나라의 경제·사회·문화적 권리규약 이행 여부에 대한 이틀 일정의 마지막날 심의를 벌였다.

유엔 위원회는 이날 심의에서, 용산 진압 참사, 4대강 사업, 외국인 이주노동자 인권, 언론 자유 등 국내에서도 논란이 된 현안을 구체적으로 따져 물었다.

■ 4대강 사업 유엔 위원들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사업이 이해당사자들의 의견 수렴과 충분한 사회적 논의 과정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또 4대강 사업에 너무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나머지 복지 예산이 줄어들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성주 제네바 주재 한국대표부 대사를 단장으로 한 한국 정부 대표단은 “4대강 사업에 국민적 합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지금도 중요 현안에 대한 자문기구를 두고 있다”고 답했다. 또 대표단은 “4대강 사업은 홍수나 가뭄 등 자연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므로, 지역 주민들의 복지기준을 개선하는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 용산 참사 유엔 위원들은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 진압 참사가 과도한 물리력 행사에서 비롯한 것이라며 밀어붙이기식 재개발과 강제 퇴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부 대표단은 용산 참사는 가슴 아프지만 주거권과는 관련이 없으며 경찰의 진압작전은 공공안녕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수행된 것이었다고 밝혔다.

■ 노동권 외국인 노동자 차별을 비롯해 우리나라의 노동 환경과 노동권 문제도 집중 거론됐다. 위원들은 쌍용차 문제를 겨냥해, “노조 권리와 자유에 대해 당국이 매우 강압적이고 지나친 공권력을 사용한 것이 아니냐”고 질의했다. 이에 정부 대표단은 “불법인지 합법인지 판단하는 주체는 1차적으로 경찰·검찰이며, 나중에 대법원에서 판단한다”는 ‘상식적 답변’을 내놨다.

유엔 위원들은 서울 도심에서는 형법상 ‘업무 방해’ 조항 때문에 노조의 집회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업무 방해’의 정확한 의미를 물어보기도 했다. 이에 정부 대표단은 “한국 정부는 합법적 파업과 쟁의행위는 충분히 보호하지만 불법이거나 정치적 동기에 기반한 행위에는 공권력이 투입된다”는 원론을 내놓았다. 또 “한국인 노동자와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은 똑같다”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하이메 마르찬 로메로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 위원장은 “한국 정부가 이번처럼 대규모 대표단을 파견한 것은 처음”이라고 높이 평가한 뒤, “한국 대표단이 유엔 위원회의 권고사항들을 폭넓게 검토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백지아 외교통상부 부국장은 “이번 집중심의가 매우 건설적이었다”며 “유엔 위원회의 충고와 권고가 한국 정부의 유용한 규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심의는 우리나라가 유엔 사회권 규약에 가입한 뒤 세 번째로 이뤄졌다. 유엔 위원회는 20일 마지막 회의를 열어 최종 심의 결과 및 권고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원회 =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OHCHR) 산하 기구로, 1976년 발효된 국제 인권협약인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규약에 가입한 160개국의 규약 이행사항을 5년에 한 번씩 점검하는 전문가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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