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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성희롱 ‘2차피해’ 또 눈물

등록 2007-03-14 19:42

재계약 거부…명예훼손 고소…우울증…
인권위 “인권침해” 결정

#1 한 중학교에서 계약직 교무보조로 일하는 김아무개(32·여)씨는 같은 학교 영어 교사인 안아무개(46)씨가 자신을 껴안는가 하면 자주 “사랑한다. 보고싶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참다 못해 이 사실을 교장과 동료 교사에게 알렸다. 하지만 교장에게서는 “당신도 문제가 있다”는 답변만 돌아왔고, 남성인 동료 교사도 역시 김씨가 원인을 제공해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태도를 보였다. 김씨는 최근 재계약마저 거부당했고, 안씨는 명예훼손 혐의로 김씨를 고소하기까지 했다.

#2 충남의 한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신아무개(37·여)씨는 지난해 7월 직장 후배한테 성희롱을 당해 회사와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가해자가 조사 과정에서 잘못을 인정해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신씨는 이후에도 직장에서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외부기관에 진정을 해 직장 명예를 실추시켰다’ 등의 헛소문과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신씨는 “가해자는 징계를 받았어도 떳떳이 얼굴을 들고 다니지만, 나는 오히려 불안·우울증상으로 정신병원에 다니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들이 직접적인 성희롱 피해 말고도 각종 2차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거나, 동기를 제공했다는 따위의 눈총을 받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는 14일 이런 2차 피해를 주는 것도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인권위는 김씨 사건과 관련해 “교장과 동료 교사가 사건의 진위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피해자에도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비난해 더 큰 고통을 안겼다”며 이들에 대한 주의조처를 관할 교육청에 권고했다. 인권위는 김씨의 재계약 거부 통보도 취소할 것을 권고했다.

또 신씨 사건에 대해 인권위 관계자는 “특정 개인이 소문을 퍼뜨리는 것이 아니어서 달리 제재할 방법이 없다”며 “해당 기관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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