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식료품비 빼고 지급
병원들 “돌볼 여력없다” 난색
병원들 “돌볼 여력없다” 난색
지난해 12월 경기도 이천 양지요양병원에선 66살 할머니가 외로이 숨을 거뒀다. 지난 2002년 뇌출혈로 입원한 뒤 2005년 6월 기초생활 수급자가 된 할머니에겐 달마다 생계급여 30여만원이 정부에서 나왔다. 병원 쪽은 이 돈에 외부 후원금을 보태 월 60만원 가량인 간병인비와 소모품비를 충당했다. 현재 이 병원엔 숨진 할머니와 비슷한 처지의 기초생활 수급자 10명이 머물고 있다.
그러나 병원은 이들을 더는 데리고 있기 어려운 처지다. 지난해 9월부터 기초생활 수급자 제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새 제도에선 기초생활 수급자가 6개월에 30일 이상 장기 입원하면 30일을 초과한 입원기간에 대해선 식료품비를 빼고 생계급여를 지급받는다. 최저생계비 중 식료품비는 40.2%에 이른다. 특히 숨진 할머니와 같은 1인가족의 생계급여는 37만2천여원에서 17만5240원으로 절반 넘게 깎이게 된다.
보건복지부 기초생활보장팀 박창규 사무관은 “입원하면 기본적인 숙식이 해결되고, 의료급여 수가에 식대가 포함돼 있는만큼 이중 지급이라는 지적이 있어, 생계급여액 산출 때 식료품비를 제외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부터 기초생활 수급자 153만명 가운데 3만6천여명의 기초생활 수급비가 깎였다. 복지부는 “월평균 40억~60억원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병원들이 줄어든 수급비 때문에 노인을 받지 않으면, 무연고 중환자 노인들은 갈 곳이 없다는 데 있다. 양지요양병원 김우석 행정부원장은 “무연고 노인 환자들에게는 수급비 말고는 다른 돈이 없다”며 “수급비 자체가 워낙 적은데 거기서 절반을 또 빼면 (병원으로선) 환자들을 돌볼 여력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김미곤 박사는 “이중 지원을 막는다는 제도 취지는 좋지만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며 “사회서비스나 자원봉사활동 등이 활성화돼 있지 않은 현실에서는 제도적 보완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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