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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주적은 미국” 답변 번복 수험생은 사시 3차통과

등록 2006-11-28 21:59수정 2006-11-29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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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회 사법시험 3차 면접시험에서 ‘부적격 의심자’로 분류돼 심층면접을 받은 26명 가운데 7명이 최종 탈락했다. 최근 10년 동안 사시 면접에서 떨어진 응시자는 단 한 명뿐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법무부 “전문지식 답변 못해 탈락”=이번 면접시험에서 무더기로 탈락자가 나온 것은 올해 처음 도입된 심층면접 제도 영향이다. 1차 면접에서 △법조인으로서의 국가관·사명감 등 윤리의식 △전문지식과 응용능력 △의사발표의 정확성과 논리성 등 5가지 부문을 평가한 뒤, 심층면접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26명이 2차 면접에 넘겨졌다. 심층면접은 한 응시자를 30∼60분 동안 개별 면접하는 방식으로 진행됐고, 결국 남성 5명과 여성 2명이 최종 탈락했다. 면접은 응시자의 성적이나 경력, 학력 등의 참고자료 없이 하는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됐다.

우병우 법무부 법조인력정책과장은 “탈락자들은 공통적으로 전문지식을 묻는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해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한 탈락자는 “12·12 사건 등과 관련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해 검찰이 ‘공소권 없음’ 결정을 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법률적 설명이 없이 “정치적 해결을 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교적 쉬운 법률 용어를 물어도 선뜻 답이 떠오르지 않아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말한 응시자도 일부 탈락했다.

‘물권’과 ‘채권’의 차이점을 설명하지 못한 응시자도 있었으나, 5∼6가지 질문에 답하지 못한 응시자들만 탈락했다고 법무부는 밝혔다.

탈락자 가운데는 2차 시험 성적 순위가 100위권의 응시자도 있었다. 법무부는 “2차 성적과 무관하게 면접시험 결과로만 탈락자를 선별했다”며 “앞으로도 실질적 면접이 이뤄지도록 면접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상 검증 논란=하지만 2단계로 이뤄진 이번 면접시험에선 “대한민국의 ‘주적’은 미국”, “북한이 핵무기는 사용하지 않을 것 같다”고 대답한 응시자를 심층면접 대상으로 삼아, ‘사상 검증’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인터넷 사이트의 ‘합격자 토론방’에 글을 올린 응시자는 “저는 ‘주적이 없다’고 했다가 심층면접에 갈 뻔했습니다. 면접 말미에 심층면접에 가서 주적에 대해 더 얘기해 보고 싶은데 동의하냐고 하더군요”라고 밝혔다. ‘주적’을 묻는 질문에 한 응시자는 “미국”이라고 답했다가 심층면접에 회부됐지만, 면접위원들이 “단순한 반미감정”이라고 판단해 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응시자는 “심층 면접관들이 ‘자네는 너무 편향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어’라고 말했는데 북한 핵문제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게 심층면접으로 이끌지 않았나 싶다”라며 “‘김정일 정권이 붕괴되는 상황이 오더라도 핵무기는 사용하지 않을 것 같다’라고 말하자 그때 저를 보던 면접관이 고개를 갸우뚱거렸고, 그것이 저를 ‘편향된 사고를 가진, 심층면접을 요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법무부 관계자는 “면접 때 여러가지를 물으면서 자연스럽게 질문이 이어지며 ‘주적’을 묻는 질문도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부 단편적인 질문을 가지고 사상검증을 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송호창 사무차장은 “국방부도 이미 폐기한 개념인 ‘주적’이 누구냐고 묻는 것은 시대착오적이고, 사상을 검증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며 “면접시험에서 정치적 편향성이 드러나는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황상철 전정윤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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