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널목 없어 노인들 지하도 계단 오르내리느라 끙끙
서울시 종로구 경운동 지하철 3호선 안국역과 낙원동 사잇길. 인사동 북쪽의 이 곳은 서울 시내에서 노인들을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노인 1번지’다. 서울노인복지센터가 있고,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노인들의 모임터인 탑골공원·종묘공원이 있어 시내의 노인들이 몰려 들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노인복지센터는 무료 급식과 목욕·이미용 서비스, 각종 문화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어 하루 평균 3천여명의 노인들이 늘 북적인다. 하지만 센터 주변의 재동 네거리에 건널목이 없어 노인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이를테면 노인들이 센터에서 안국동 헌법재판소나 재동 한국병원쪽으로 가려면 안국역의 지하도 계단을 여러 차례 오르내려야 한다. 지하도 계단을 피하려면 270여m나 떨어진 종로경찰서 앞이나 430여m 떨어진 현대사옥 앞 건널목으로 돌아가야 한다. 몇 년 전엔 노인 한 명이 안국동쪽으로 무단횡단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서울노인복지센터의 송화진 기획팀장은 “어르신들이 영정사진 등을 찍으러 길 건너 안국동쪽 사진관에 자주 가는데, 건널목이 없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지하도를 여러번 오르내려야 한다”며 “재동 네거리에 건널목을 설치해 달라고 건의했지만 경찰은 교통량이 많다며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관할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이 지역은 경복궁쪽에서 오는 4차로가 2차로로 줄어드는 병목구간이기 때문에 교통경찰이 늘 나가 있어야 할 정도”라며 “보행자가 많지 않고 건널목이 교통 흐름을 방해할 수 있어 지난해 말 교통규제위원회에서 건널목 설치안이 부결됐다”고 말했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최성재 교수는 “교통 혼잡 때문에 건널목 설치가 어렵다면 차량 통행이 많은 출·퇴근 시간엔 차량 신호를 길게 주는 등 융통성 있게 운용하면 된다”며 “우리 사회도 고령화 시대에 맞춰 도시의 공공시설에서 노인을 위한 배려를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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