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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교도소에 ‘인권의 창문’ 달다

등록 2006-05-28 19:44

삼성 무노조 투쟁 김성환씨
단식농성 끝 얻은 작은 승리
병든 재소자들을 수용하는 서울 영등포 교도소 8사동. 이 곳엔 창문이 없다. 가로 60㎝, 세로 30㎝의 환기구가 바깥벽쪽에 두 개가 나 있을 뿐이다. 그러나 건강을 되찾아야 하는 환자 재소자들에게 따뜻한 한 줄기 햇살과 시원한 바람은 더없이 소중한 치료제다.

영등포교도소가 지난 24일부터 감방에 창문을 내는 공사를 시작했다. 재소자 인권을 고려한 자발적인 조처였다면 좋았을 테지만, 이 창문은 한 수감자가 나흘간의 단식농성 끝에 얻어낸 ‘전리품’이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 맞서 투쟁을 벌이다 명예훼손 혐의로 수감중인 삼성일반노조 위원장 김성환 씨는 지난 21일부터 △8사동 전체에 창문을 내달라 △주말·휴일에도 운동시간 보장하라 △텔레비전 뉴스를 생방송으로 보여달라는 등의 요구와 함께 단식에 들어갔다. 김 씨는 같은 내용을 23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교도소는 이날까지 창문을 내달라는 요구만을 수용했다. 영등포교도소 관계자는 “8사동 14개의 방마다 100㎝×68㎝ 크기로 창을 하나씩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말·휴일 운동은 주5일 근무제로 인한 교도관 인력 부족으로 실행이 어렵다고 밝혔다.또 “사건뉴스를 통해 재소자들이 범죄수법을 배울 수 있어 뉴스 생방송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날 김씨를 면회한 부인 임경옥씨는 “남편은 다른 요구들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단식을 계속하겠다고 했다”며 “오랜만에 잡은 손이 너무 차가워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지난 3월 대법원에서 삼성에 대한 명예훼손이 인정돼 5개월 형을 받았으며, 집행유예 상태에 있던 3년형까지 보태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고혈압을 앓고 있는 김 씨는 확정 판결 뒤인 지난달 10일 부산교도소에서 영등포교도소로 이감됐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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