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요양보호사가 청소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혼자 일상생활이 어려운 이용자 집에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장애인활동지원사 10명 가운데 3명은 성폭력(성희롱·강제추행 등 포함)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가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확보한 비영리단체 보건복지자원연구원의 ‘가구 방문 돌봄노동자 성희롱 피해 실태조사’를 보면,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자 집을 찾는 요양보호사(387명)와 장애인 활동을 보조하는 장애인활동지원사(112명) 총 499명 가운데 158명(31.7%)은 성희롱 13가지 유형 중 한 가지 이상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해당 조사는 지속가능한 돌봄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자와 노동자가 꾸린 보건복지자원연구원이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설립한 공익법인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의 지원을 받아 지난 4월부터 두 달간 진행했다. 피해 유형을 보면,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평가(18.8%)가 가장 많았고 특정 신체 부위를 쳐다보는 행위(14.9%), 음담패설 및 성적 농담(13.9%) 순이었다. 강제로 신체 접촉을 하거나 강요(10.5%), 강제 또는 심신 불능 상태를 이용해 성적 관계 혹은 시도(2.3%) 같은 강제추행·성폭행 피해도 작지 않았다. 조사에 참여한 남성 돌봄노동자 16명 중 3명도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었다.
가해자는 돌봄을 받는 이용자(79.2%)나 그 보호자(27.1%)였다. 성별(중복 응답)로 보면 남성이 대다수(87.1%)였으며 여성은 13.2%였다. 가구 방문 돌봄노동자들의 성폭력 피해는 주로 이용자 집(92.9%)에서 목격자 없이(81.5%) 2회 이상 반복·지속하는 경우(41.7%)가 많다. 특히 돌봄서비스 중단은 곧 일자리 상실을 의미하므로 이용자나 보호자로부터 성폭력 피해뿐 아니라 신체·언어폭력, 업무 범위를 넘어선 부당한 요구를 경험하는 경우도 많았다. 돌봄에 대한 사회적인 저평가로 일하는 노동자로서 존중받지 못하는 셈이다.
피해자 10명 중 8명은 개인적으로 가해자에게 문제를 제기(53.2%)하거나 결국 일을 그만두는 방식(25.0%)으로 대처했다. 근로계약을 맺은 돌봄서비스 제공기관의 개입으로 피해가 끝났다는 경우는 11.3%에 그쳤다. 이용자(보호자)가 가해 행위를 하더라도, 돌봄서비스를 제공 기관은 수익을 위해 노동자보다는 이용자 입장에 서는 구조적 문제도 큰 셈이다. 가정 방문 요양보호사의 경우 장기요양기관과 근로계약을 맺고 기관이 소개한 이용자를 대상으로 돌봄을 하며, 기관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서비스 제공 비용(노인장기요양보험 재정과 이용자 본인부담금)을 받아 임금을 지급한다. 실태조사 응답자들은 성희롱 근절을 위해 서비스 제공기관(기관장)의 인식 개선(17.6%), 이용자(보호자) 인식 개선(17.2%)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남인순 의원과 실태조사를 진행한 보건복지자원연구원 쪽은 “노인장기요양법을 개정해 요양보호사에 대한 성희롱 행위 금지 조항을 신설하고, 이런 행위가 발생했을 때 일본처럼 장기요양급여(돌봄서비스) 제공을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자”고 제안했다. 또 돌봄노동자에 대한 성폭력 피해 등이 발생했을 때 서비스 제공 기관장이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을 경우 시정명령이나 과태료 처분 등을 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