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공청회에서 공적연금강화국민운동 관계자들이 ‘소득대체율 상향 없는 보험료 인상 반대한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더 내고 더 늦게 같은 금액을 받는’ 개혁안을 내놓으면서 노후에 연금을 얼마나 받을지를 결정하는 소득대체율 개편안을 누락한 데 대한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그간 논의 내용을 최종 개혁안에 다시 담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득대체율은 ‘가입기간(40년) 동안 평균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비율’을 뜻하는데 이 수치가 커질수록 더 많은 연금을 받게 된다. 재정계산위에선 소득대체율을 40%(2028년)로 유지하는 안뿐만 아니라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서 보험료율 인상, 국고 지원 등을 통해 재정 안정을 도모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한겨레는 지난달 작성된 재정계산위 보고서 초안을 바탕으로 5일 소득대체율 인상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았다.
보고서 초안에는 노후소득보장 방안 중 하나로 소득대체율을 2025년부터 50%로 인상하는 안이 담겼다. 대신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2025년부터 해마다 1%포인트씩 올려 13%까지 높이고,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를 2038년부터 5년마다 1살씩 늦춰 2048년 68살로 한다. 이 경우 기금 소진 시기는 2067년으로, 현 제도를 유지할 때 소진 시점인 2055년보다 12년 미뤄진다.
보험료를 매기는 기반을 넓히면 기금이 바닥나는 시기가 더 늦춰진다. 현재는 근로·사업 등을 통해 얻는 소득에만 보험료를 매기는데 부동산·주식 등 자산에도 보험료를 부과해 더 걷을 수 있다. 기준 월소득 상한액(올해 590만원)을 높이는 방안도 제시됐다. 국민연금은 보험료를 부과하는 기준 소득에 상·하한을 둬, 소득이 아무리 높거나 낮아도 상·하한의 9%만 보험료로 낸다. 상한액이 높아지면 고소득자로부터 거둘 보험료가 늘어난다.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민연금 부과 대상 소득은 29%인데, 2030년부터 이 비율을 해마다 0.2%포인트씩 높여 2055년 34%로 올리는 방안에 더해 보험료율 13%로 인상하고,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68살로 늦추면 기금 소진 시기는 2073년으로 예상된다.
이런 방안을 제시한 위원들은 국민연금 재정을 불안하게 만드는 저출생 문제 등엔 정부 책임도 큰 만큼, 국고로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고 봤다. 2060년부터 해마다 지디피의 1%에 해당하는 재정을 기금에 투입하고 2070년대엔 이 비중을 2.5%로 올릴 경우 연간 연금 지출액 25∼30%를 국고에서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독일의 공적연금 지출에 대한 국고 지원 비율(25%)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재정계산위 한 위원은 “(국고 지원에 더해) 기금 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는 2056년께부터 보험료율을 13%보다 더 높이는 방안이 실현되면 기금 소진은 지금으로부터 70년 뒤인 2093년 이후까지 미뤄진다”고 주장했다. 소득대체율을 높이자는 위원들은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월평균 소득(A값) 대비 연금 수급자들의 월평균 급여 수준이 2030년 27.3%에서 2050년 26.2%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주목한다. 보험료를 내는 가입기간이 짧은 것도 문제지만 법으로 정해진 소득대체율 자체가 낮아 실질적으로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이 낮은 수준에 그친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런 방안에 대해 재정 안정이 급선무라고 보는 쪽에선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해도 보험료율을 15%, 18% 등으로 높여야 2093년까지 기금이 유지되는데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서 보험료율 13%만으로 재정을 충분히 안정시킬 수 있다는 주장을 신뢰할 수 없다”는 반박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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