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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여가부 콜센터에 ‘임신·출산’ 상담 전화 했더니 “우리 담당 아냐”

등록 2023-08-16 07:00수정 2023-08-16 12:44

상담 급증에도 정부 콜센터 4곳 ‘전문성 부족’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30대 ㄱ씨는 임신 2개월이던 지난해 10월, 여성가족부 가족상담전화를 통해 미혼모 지원 제도에 대한 도움을 구했다. 그는 부모급여와 한부모 가족 대상 양육 수당의 신청 자격과 절차 등을 물었지만, 상담원으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보건복지부나 지방자치단체 등 사업이니 관할 주민센터에 물어보라”는 것이었다. 결국 ㄱ씨는 다시 10여차례 전화를 돌려 필요한 서류를 준비했다.

정부가 제공하는 임산부·한부모 가정 대상 상담서비스는 여가부 산하 전국가족센터의 ‘가족상담’과 한국건강가족진흥원의 ‘가족전용상담전화’,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러브플랜’, ‘마더세이프’ 등으로 나눠져 있다. 가족상담과 가족전용상담전화는 임신·출산과 부모·자녀·부부 갈등을 주로 상담하고, 러브플랜과 마더세이프는 성·피임 교육과 임신·출산 관련 건강 정보 등을 제공한다.

특히 최근에는 이들 상담서비스에 미혼부모 등의 임신·출산 관련 상담이 늘고 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여가부와 복지부에서 받은 자료를 15일 종합하면, 가족전용상담전화로 이같은 문제를 상담한 경우가 2020년 9460건에서 지난해 2만214건으로 2년새 2.1배 증가했다. 전국가족센터 가족상담에도 지난해 2071건으로 2020년(939건)과 견줘 2.2배 늘었다. 러브플랜과 마더세이프 역시 지난해 상담 건수가 전년 대비 각각 2배, 1.3배가 됐다.

하지만 상담사가 부족하고, 그나마 전문 역량을 갖추지 못한 경우 등으로 제대로 상담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원실에 따르면, 가족전용상담전화는 주간 정원이 12명인데 실제 근무는 7명(58%), 야간 정원 4명에 3명(75%)만 근무하고 있다. 상담원을 뽑을 때도 상담 업무 유경험자를 우대하지만, 관련 자격증 등이 필수가 아니어서 전문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러브플랜의 경우, 간호사 1명과 심리상담사 1명이 지난해 3830건을 상담할 정도로 인력 부족에 시달린다.

실제 서비스를 이용해본 미혼부모들 사이에선 “상담이 담당 기관을 연결해주는 수준에 그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출산한 미혼모 20대 ㄴ씨는 <한겨레>에 “양육 지원 정보를 얻기 위해 여가부 상담채널을 이용했지만, 내 사정을 5분여 동안 설명한 끝에 ‘우리 기관 담당 정책이 아니다’라는 답만 들었다”며 “한 곳에서 지원책의 내용이나 자격조건을 알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러 기관이 각각 운영하는 상담 창구를 일원화해 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현영 의원은 “임신 사실을 주변에 알리기도 어려운 불안한 상황에 놓인 여성들이 공적 체계에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아야 한다”며 “임신부터 출산·양육까지 일원화된 상담·지원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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