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26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2 로보월드'에서참관인들이 돌봄로봇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돌봄 등 사회서비스 육성·품질 향상 방안이 담긴 ‘사회서비스 지원 및 진흥에 관한 법(사회서비스진흥법)’ 윤곽이 드러났다.
14일 <한겨레>가 입수한 정부 문건을 보면, 보건복지부는 사회서비스 공급을 늘리고 혁신을 이끌겠다는 취지의 사회서비스진흥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주요 내용은 △5년마다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사회서비스기본계획·지역계획 등 중장기 비전 수립 △혁신형 사회서비스 제공기관 지정 및 지원 △사회서비스 품질 인증제 도입 등이다. 사회서비스 기반 조성을 위한 재정 및 금융지원 근거 조항도 포함돼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부는 총 140억원 규모의 모태펀드(기업에 직접 투자가 아닌 민간운용사가 결성 펀드에 간접투자)인 ‘사회서비스 혁신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한겨레>가 입수한 ‘사회서비스 투자 펀드 조성 개요’를 보면, 복지부는 100억원을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벤처투자가 관리하는 모태펀드에 넣어, 민간 투자 40억원 합쳐 모두 140억원을 사회서비스 혁신기업 20곳에 각 7억원씩 투자할 계획이다. 투자 대상으로 △간병로봇·재활 등 첨단기술로 사회서비스 질을 제고하는 기업 △심리 검사 및 치유프로그램, 요양원 업무관리 솔루션 개발 기업 등이 제시됐다. 투자 설명회 등 실무는 복지부 산하 중앙사회서비스원이 맡는다.
학계와 돌봄 현장에선 그동안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볼 수 없었던 정책펀드(시장 실패 가능성 큰 분야에 자금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 재정으로 지분 투자하는 재간접펀드) 투입에 대한 여러 우려가 나온다. 지원이 필요하긴 하지만 금융자본 투입이 사회서비스 혁신기업을 지나치게 수익 중심으로 운용하도록 해 질 개선은커녕, 민간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사회서비스의 시장화를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진석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은 “정부가 일부 벤처형 혁신기업에 투자한다지만, 영미권 국가에서 보듯 노인·장애인 등에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할 돌봄서비스가 수익을 앞세운 금융자본 논리에 의해 질이 떨어지거나 시장이 왜곡되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노인 돌봄·보육 등 사회서비스 공급은 대체로 노동 조건을 쥐어짜 수익을 창출하는 영세한 자영업 형태의 민간 기관이 맡고 있다. 전체 노인장기요양기관 80% 이상은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상황이다.
양난주 대구대 교수는 “투자펀드 운용이 노인 돌봄 등 열악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인지 의문”이라고 짚었다. 돌봄 인프라 구축 등 사회서비스 질을 제고할 구체적인 청사진 없이 투자펀드만 앞세우는 건 본말이 전도됐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조상미 중앙사회서비스원장은 “펀드운용은 저소득 취약층으로 사회서비스 대상이 한정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실험으로 봐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창곤 선임기자
goni@hani.co.kr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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