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8일 내놓은 ‘인구구조 변화와 대응방안’에는 육아휴직 기간을 6개월 연장하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대상자 를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한 보육 지원책이 핵심으로 담겼다. 부모가 직장과 양육을 병행할 만한 여건을 만들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공공어린이집 등 돌봄 인프라 확대에 관한 내용은 빠져, 아이 기르는 부담을 사회가 나눠 맡는 ‘보육 사회화’ 기조가 후퇴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이날 발표한 ‘인구위기대응 6대 핵심과제’ 중 첫 번째로 “일·생활이 조화를 이루고 차별없는 출산·양육환경 조성”을 꼽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현재 1년인 육아휴직 기간을 1년6개월로 늘리고, 자녀가 만 8살 이하일 때만 육아휴직을 할 수 있게끔 한 자격조건도 내년 중 완화하기로 했다. 현재 배우자가 출산휴가(10일)를 나눠 쓸 수 있는 횟수는 1회인데 이 역시 늘리기로 했다. 현재 만 8살 이하 자녀를 둬야 쓸 수 있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는 내년 하반기(7∼12월) 중 12살 이하로 대상을 확대한다.
정부는 또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 부부의 인공수정 등을 위한 난임치료 휴가기간을 현재 3일에서 내년 상반기(1∼6월) 중 더 늘리기로 했다. 휴가를 쓴 노동자에 대한 비밀유지 노력의무를 사업주에게 도입해 사용을 촉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내년 1월1일부터 만 0살, 1살 영아를 둔 가정에 각각 월 70만원, 35만원의 부모급여를 지원하는 방안을 재확인 했다. 지난 1월 0∼1살 아동에 월 30만원씩 지급된 영아수당이 확대되는 것이다. 2024년부터는 만 0살, 1살에 대해 부모급여가 각각 100만원, 50만원으로 늘어난다. 휴직·단축근무 등으로 가정에 머무를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급여를 지원받은 부모가 스스로 자녀를 양육할 여건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저출산고령사회위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육아휴직 사용으로 불이익을 받는 경우에 대비해 내년 중 사용자의 권리보호 절차를 정립할 것”이라며 “사업주 불법행위가 신고된 사건에 대응하고, 육아휴직자를 구제하기 위한 고용노동부 등의 업무매뉴얼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공공어린이집과 시간제 보육 등 공공보육 확대 방안은 이번 과제에서 빠졌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밤 8시까지 방과후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늘봄학교’가 내년 시범 도입되지만, 만 6살 이하 미취학 아동은 대상이 아니다. 앞서 지난 2020년 12월 나온 ‘제4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에서 정부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매년 550곳씩 확대해 공공보육 이용률을 2022년 3월까지 40%, 2025년까지 5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올해 기준 이용률은 37%로 정부 목표치에 못 미쳤다.
전문가들은 출생률을 높이려면 일·육아 병행을 보장하는 것 이외에 보육 인프라 확충이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육아휴직 기간을 늘려도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상당 기간은 부모가 스스로 아이를 돌보기 힘든 데다, 지금의 직장 환경에서는 법정 휴직을 늘린다고 해서 부모들이 이를 충분히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영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지금도 한국의 육아휴직 기간(부모 각 1년)이 스웨덴(부모 합쳐 1년6개월) 등보다도 길지만, 이를 다 쓰기 어려운 기업문화와 소득 감소에 대한 우려 등으로 실제 사용 실적은 훨씬 저조하다”며 “기간을 늘리기에 앞서 휴직 수당 등으로 소득대체율을 높이고, 휴직 이후 경력 단절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부모가 휴직을 하더라도 영아기인 0~1살에 집중되고 이후로는 보육 인프라가 중요한데, 이번 정부는 보육의 공적 인프라 확대에 지나치게 미온적”이라고 덧붙였다.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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