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 목사(가운데)가 지난 10월20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기독교대한감리회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해 응원받고 있다.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미국에서 가장 큰 장로교단인 미국장로교(PCUSA)가 내년부터 교회 인구 통계 연례 보고서에 ‘성소수자’ 항목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성소수자를 교인으로 공식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성소수자 축복식을 집례한 목사에게 정직 2년의 처분을 확정한 한국 교회와 상반된 모습이다.
미국 <폭스뉴스>와 종교 전문 매체 등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각) 미국장로교 총회 사무국이 교단의 교인 통계를 기록하는 방식을 변경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2023년부터 성별 구분 항목에 남성과 여성뿐 아니라 논바이너리(이분법적 성별 구분에서 벗어난 사람)와 젠더 퀴어(기존 성별 구분과 규범성에서 벗어난 사람) 항목도 추가한다. 미국장로교는 지난 2014년 교단 헌법에 있는 결혼의 정의를 ‘남녀 간의 결합’에서 ‘두 사람의 결합’으로 바꾸기도 했다.
총회 사무국은 통계 방식을 바꾸게 된 이유를 “엘지비티(LGBT·레즈비언, 게이 등 성소수자)를 포용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크리스 발레리우스 총회 사무국 통계 담당자는 “엘지비티를 포용하기 위해 우리는 교회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알아야 한다”며 “(비성소수자와 마찬가지로) 동일한 선택지를 제공해 더는 그들의 마음을 상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연례 보고서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목회자와 교회를 비롯해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보여주는 그림”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교회도 성소수자를 포용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영국 스코틀랜드장로회 총회는 동성혼 집례 허용법안 초안을 통과시켰다. 승인된 법안에 따라 동성결혼 주례를 하려는 목회자는 동성결혼 주례자 등록을 하고 3년마다 면허를 갱신할 수 있게 됐다. 총회는 또 기존 결혼예배 인정법 제2조항 ‘양쪽은 서로가 살아 있는 동안 남편과 아내로 삼기로 함께 서약하고, 목사는 양쪽을 남편과 아내로 선언한다’는 내용에서 ‘남편’ ‘아내’란 단어를 ‘두 사람’으로 바꿨다.
국외 움직임과 달리 한국 일부 개신교계는 여전히 ‘동성애는 죄악’이라는 시대착오적 편견에 갇힌 모습이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는 2019년 인천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 축복식을 집례했다는 이유로 이동환 목사를 교회 재판에 회부했다. 감리회는 지난달 20일 서울 광화문 감리회본부에서 2심 재판을 열어 이 목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정직 2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확정했다. 감리회 재판은 사회 재판과 달리 2심제다. ‘정직 2년’은 감리회에서 출교·면직 다음으로 수위가 높은 징계다.
박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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