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유공자 본인보다 가족혜택”
보훈처 “중등교원 합격 8% 그쳐”
보훈처 “중등교원 합격 8% 그쳐”
헌법재판소가 23일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국가유공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가산점 조항은 공무원 시험 응시생들 사이에서 큰 논란이 됐던 조항이다. 일반 기업체 등의 국가유공자에 대한 혜택이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처라는 주장과 1, 2점의 근소한 차로 당락이 결정되는 시험에서 만점의 10%나 되는 가산점을 주는 것은 일방적인 특혜라는 주장이 맞서왔다.
이런 논란 속에서 헌재는 “가산점의 수혜 대상이 유공자의 가족들까지 확대돼 일반인들의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일반 응시생들의 손을 들어줬다. 갈수록 심각한 취업난 속에서 어느 한쪽에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정도의 혜택을 주는 것은 지나친 차별로 ‘위헌’이라는 것이다. 헌재는 “국가유공자 본인보다 가족이나 유족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이 법의 본래 취지가 ‘변질’된 것”이라며 “헌법에서 보호해야 할 유공자 가족의 범위는 ‘유공자·상이군경 본인 및 전몰군경의 유가족’으로 좁게 해석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가산점 조항은 1984년 원호대상 관련 법률이 통합되면서 대상자를 국가 유공자의 유족과 가족들로 확대했고, 2002년 광주민주항쟁 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과 2004년 특수임무수행자 지원에 관한 법률까지 만들어져 수혜자가 급증했다. 실제로 1990년 17만명이던 보훈대상자는 2003년 현재 72만명으로 증가했다. 가산점 수혜자의 합격률도 국가공무원 7급의 경우 2002년 30.3%, 2003년 25.1%, 2004년 34.2% 등으로 꾸준히 늘었고, 9급도 2002년∼2004년 15∼20%를 웃돌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국가보훈처 통계에 따르면 1985년 이후 국가유공자 본인의 취업률은 10%대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그 가족과 유족들로 나타났다. 이처럼 가산점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자 정부는 가산점 수혜자의 합격률을 전체의 30%로 제한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기도 했다.
한편, 국가보훈처 등 관련 부처는 헌재 결정에 따른 후속 대책을 곧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보훈처는 “24일 중 관련 대책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훈처 관계자는 “가장 논란이 됐던 중등교원 시험의 경우 합격자 가운데 유공자 자녀 비율은 8%대에 그치는 등 가산점의 효과는 미미했다. 자칫 유공자 가족들의 사기가 떨어질까 걱정된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교육인적자원부도 중앙인사위원회 등과 협의해 국가유공자 가산점 비율과 수혜대상자 범위 재조정 등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보훈처에 따르면 지난해 중등교원 임용시험에는 5만5851명이 응시해 3980명이 합격했는데, 이 중 유공자 자녀는 1585명이 응시해 306명이 합격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는 유공자 자녀 1695명이 시험을 치러 398명이 합격했다. 국가유공자와 그 자녀에게 10% 가산점을 부여하는 제도는 1961년 7월5일 국가원호대상자 임용법에 따라 처음 실시됐다. 외국에서는 국가유공자 본인과 배우자의 취업우대를 법률로 정한 나라는 있어도 자녀 취업까지 법률로 우대하는 나라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춘재 김도형 허미경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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