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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유기동물들 또다시 버려지지 않도록 ‘둥지’ 지켜주세요”

등록 2022-03-16 20:33수정 2022-03-17 02:30

[짬] 나주 민간동물보호소 임용관 소장

전남 나주에서 유기동물 200여마리를 돌보고 있는 천사의 집 임용관 소장. 천사의 집 제공
전남 나주에서 유기동물 200여마리를 돌보고 있는 천사의 집 임용관 소장. 천사의 집 제공

“반려동물이 늘어나는 만큼 유기동물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간에게 배신당하는 동물이 더는 없도록 생명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질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합니다.”

전남 나주시에서 3년째 유기동물보호소 ‘천사의 집’을 운영하는 임용관(52) 소장은 16일 자신을 바라보는 동물들에게 안타까운 눈빛을 보냈다.

지난해 초 ‘천사의 집’이 불법 증축을 했다는 주민 민원이 국민신문고에 접수되면서, 이미 한차례 인간에게 버림받은 보호 동물들은 또다시 쫓겨나야 할 처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나주시는 지난해 4월 임 소장에게 불법 증축물을 철거하라는 원상 복구 시정명령을 내렸다. 전체 보호소 규모(1650㎡)의 80%(1310㎡)가 철거 대상이다.

그는 이날 동물단체 회원들과 함께 나주시 빛가람호수공원에서 ‘천사의 집’ 철거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8년 전부터 불법사육 동물 구조운동
나주시 외곽 ‘천사의 집’ 3년째 운영
“한해 200여마리 구조해 증축 불가피”
인근 주민 민원에 불법시설 철거명령
후원금 만으로 새 공간 마련 불가능

“민간시설 양성화 등 정부 지원 절실”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16일 나주시 빛가람호수공원에서 천사의 집 지원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천사의 집 제공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16일 나주시 빛가람호수공원에서 천사의 집 지원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천사의 집 제공

임 소장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항변했지만 법은 냉정했다. 그는 “연간 200여 마리를 유기동물을 구조하다 보니 보호 공간이 계속 더 필요했고 수개월이 걸리는 건축물 승인 절차를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나주시 당국은 “철거하지 않으면 연간 수백만 원에 이르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강제 철거를 할 수도 있다”고 통보했다.

어쩔 수 없이 임 소장은 이전할 터를 물색했지만 역시 쉽지 않았다. 마땅한 장소를 찾아도 동물 울음소리와 냄새 등으로 인해 인근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후원금으로 한 달 1천만원 안팎의 운영비를 충당하는 상황에서 최소 2억∼3억원에 이르는 이전·철거 비용을 마련하기도 여의치 않은 형편이다. 이런 ‘천사의 집’ 상황을 고려해, 나주시는 당분간 강제철거를 미루고 연간 수백만원 수준의 이행강제금은 분할 납부하도록 했다.

임 소장은 “번식장 등에서 구조한 개, 고양이와 닭, 염소 등 200여 마리를 보호하고 있는데 이를 곱지 않게 여긴 인근 주민이 민원을 넣은 것 같다. 법을 어길 수도 없고 이행강제금도 부담스러워 다음달부터 철거 공사를 할 예정인데, 동물들을 보낼 곳이 마땅치 않다”고 털어놓았다.

철거명령대로 이행하고 나면 수용 공간이 줄어 50여 마리만 돌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당장 150여 마리를 입양 보내야 하지만 작고 어린 품종견이 아니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임 소장은 “50여마리는 자원봉사자들이 임시보호를 하고 있지만 나머지 동물들은 공사 기간 임시 천막에서 지내야 한다. 정부가 동물권 보호 의지가 있다면 우리 같은 민간시설에 대한 실태조사와 이행강제금 유예, 무허가 시설 양성화를 위해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광주 출신으로 무역업을 하다 사회복지 시설에서 일했던 임 소장은 8년 전 동물권 보호활동에 뛰어들었다. 해마다 10만 마리 이상 발생하는 유기동물이 입양되지 않으면 안락사를 당하는 현실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그는 ‘천사의 집’과 별개로 동물보호협회 ‘위드’를 운영하며 광주, 전남지역에서 식용견 번식장 구조활동과 개·고양이 식용 반대 운동을 하고 있다.

임 소장은 제보를 받고 구조를 하러 갈 때마다 인간의 잔인함에 놀랐다고 했다. 2019년 7월 찾아간 광주의 한 불법 사육장에서는 개와 염소들을 오물 속에서 키우고 있었고, 주인은 다른 동물들이 보는 앞에서 개를 칼로 찔러 죽인 뒤 사육장 앞 시냇가에서 손질해 인근 보신탕집에 납품했다. 같은 해 12월 전남의 한 농가에서는 평생 썩은 물과 음식만 먹고 산 닭을 구조하기도 했다. 지붕도 없는 사육장에서 눈, 비를 맞고 있는 개들도 흔했다. 그가 지금까지 구조한 동물은 1500여 마리에 이른다.

천사의 집에서는 동물을 입양 보낼 때마다 보증금 3만원을 받고 있다. 입양자는 인터넷 카페에 사진을 올리며 입양 동물이 잘 지내고 있는지 알려야 한다.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확인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임 소장은 “장애가 있거나 늙은 동물들은 외면받기 일쑤다. 우리마저 이 동물들을 저버리면 누가 돌보겠냐는 생각에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나주 천사의 집 후원계좌(농협 355-0038-3083-03 사단법인 동물사랑 네트워크).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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