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평화의 영감을 주는 얼굴들
편하고 순한 모습에서 행복을 읽는다
편하고 순한 모습에서 행복을 읽는다
휴심정 바로가기
많은 종교와 철학에서 자기 각각 존재 이유를 설명한다. 왜 존재 하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를. 물론 그 이면에는 생명가진 누구나가 행복을 원한다는 명제를 단다. 그 누가 자기가 불행하기를 원하겠는가?
아는 분이 어렵게 시간 내어 이곳을 찾아왔기에 함께 몇 군데 불교 성지와 인도 히말라야 쿠마온(Kumaon) 지역과 가르왈(Garwal) 지역을 다녀왔다. 이 히말라야 지역은 인도 힌두교의 본 고장으로써 종교 철학 신화 전설 민담 등의 뿌리이기에 순례자가 끊이지 않는 곳이다. 어쩌면 일생에 한번은 이 성지를 순례하고자 한다. 운 좋게도 우리는 궂은 날씨를 한번 만나지 않고 이른 봄 히말라야 맑은 설산 정취를 마음껏 누릴 수가 있었다.
자연 경관의 아름다움이야 말할게 있겠는가. 그러나 이번 여행길에서 이 시대의 기준이 될 그런 사람을 만났다는 게 행복이었고, 어쩌면 이생에 그분들은 잔잔한 평화의 영감을 줄 사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적어도 그분들은 현시대의 어떤 문명 최첨단 이기물을 다루며 살아가는 풍요나 편리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었다. 그런대도 그런 편한 모습 순한 자태나 행복한 사람의 얼굴을 지닐 수가 있을까. 우선 그분들은 모두 순하며 착하게 보이고 편해 보인다. 허긴 착하게 살아야 행복하며 마지막 떠날 때도 행복하게 잘 간다. 잘 살아야 잘 가고 다시 잘 오는 것이다. 이번 길에서 우연히 만난 그분들의 사진과 함께 그분들의 꾸밈없는 지금 여기의 현재 삶을 함께 보고자 한다.
흙벽집에서 차 끓이는 노인
쿠마온 지역의 디디핫(Didihat) 동네 높은 산정에 있는 시르콧 데비(Shirkot Devi) 신전에서 이른 아침의 찬란한 히말라야 연봉 비경에 넋을 잃고 내려왔다. 큰 길에서 근 십리길이기에 오르내리는데 힘이 든다. 신전 아래쪽 계단 시작점에 흙으로 지은 움막의 인도 전통 짜이집이 있어 무심코 들었다. 노인장이 마른 나무로 불을 지피며 차를 끓이는데 꽤 시간이 걸린다.
이런저런 이야기 속에 그분 삶이 그려진다. 알고 보니 네팔사람이다. 나이 일흔 여섯, 그 한자리 두어평 움막집에서 차를 끓여 팔며 살아 온지가 25년 채란다. 위쪽 신전에 모셔있는 신상 보다 이 노인이 더욱 경외심을 주는 것 같다. 태평하니 편해 보이는 이 노인이 과연 고층 도심 속의 바쁜 나날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 것이며 일상생활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 반복되어 일어나는 손익계산이며 스트레스를 알기나 할까. 한자리 25년의 무심한 세월이 멈추는 듯, 그 차 끓이는 노인은 그저 자기 삶에 만족인가 한다.
세상 편한 웃음짓는 히말라야 산골 할아버지
길 가다 한 고갯길에서 쉬고 있었다. 산골 마을의 할아버지들이 여럿이 모여 담소를 나누는데 보기가 좋아 다가갔다. 웃기도하고 누가 오면 인사도 나누며 세상 편한 자리다. 나마스까로 정중한 두 손 합장 예를 드리고 일이 있어 오셨다는 한 노인에게 몇 가지를 물었다. 당신 집은 이십 여리 아래쪽 마을이고 올 팔십 둘이라 신데 정말 정정한 자세다.
자식은 아들 딸 하나씩에 손주 손녀가 여섯이며 증손이 넷이란다. 내가 나이 들어 저런 모습으로 늙어 갈 수 있을까. 이런 맘 편한 순수한 웃음을 지을 수가 있을까. 사진은 웃는 모습이 하도 좋아 몰래 촬영 했다. 먼 훗날 그 길 다시 간다면 사진이라도 드리고 싶다. 그런데 과연 그 자리를 다시 갈 수가 있을까?
길가의 찻집 노인
이동 중 찻길에서 풍광 좋은데 자리한 짜이집이 보여 쉬기로 했다. 꽤 나이 들어 보이는 할부지가 여유 있게 그래도 성냥으로 불 켜는 가스레인지로 차를 끓인다. 말이 찻집이지 깨끗함에 익은 사람들은 그 찻잔이며 짜이 끓이는 도구에 그냥 자리를 뜰 것이다. 곁들이는 사진을 보면 짐작이 갈 것이다. 팔십 하나시란다.
필자가 길 떠날 땐 늘 챙겨가는 손톱깎이로 부끄러워하는 안색에 시종 웃음 띤 노인장 손톱을 일행 중 한사람이 곱게 깎아 드리도록 했다. 이걸 선물로 드린다고 하니 아이처럼 좋아하신다. 이럴 때 필자는 인생길의 행복이다. 하찮은 손톱깎이 하나로 이런 기쁨을 보다니. 이 노인은 늘 웃음을 짓는데 웃으면 딱 하나 남은 아랫니 치아가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낸다. 아마 이 사진 보는 누구나가 배시시 웃음을 지을 것이다. 이런 초라한 삶에 그날그날 매상엔 관심 없는 듯 이런 편한 모습이다.
탑돌이하는 무스탕 할머니
순례 중 바라나시의 녹야원에서 초전법륜 대탑 주위를 탑돌이 하면서 만난 할머니이다. 왜소한 몸매에 염주 굴리며 중얼중얼 걸으시는 모습이 너무 곱고 아름답다. 티벳 할머니이다. 얘기를 나눠보니 참 멀리 멀리에서 일생 한번 죽기 전에 마음먹고 나온 순례자이다. 네팔 안나푸르나 뒤쪽 무스탕(Mustang)에서 겨울 피해 적어도 죽기 전에 소원을 이룬, 자기희생이 베인 멀고 먼 길을 나온 인생의 마지막 여한이 없는 순례자인 것이다. 일흔 여섯 돌마(Dolmma) 할머니. 손주 하나가 인도로 나와 성공했다며 이런 길을 만들어 줬다는 그 할머니. 어찌 그리도 맘 편해 보이는지, 어떤 귀중품으로 몸치장 안했지만 이리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옛날 읽은 책 한 구절이 떠오른다. 글 쓰신 분은 "이 세상에 가장 아름다운 게 어쩌면 만고풍상 다 겪은 호호백발 할머니의 걸으시는 뒷모습"이라고 말했다. 무스탕 지역은 그 옛날에 티벳 땅이었지만 영국이 인도를 지배할 때 나라 국경선이 달라져 지금은 네팔 땅이다. 물론 티벳 사람들이 산다. 필자는 1989 년 가을에 그쪽을 들러본 일이 있었다. 안나푸르나 빙 도는 산행 길 중 마지막 토롱패쓰(Thorong Pass: 5.416메타)에서 북쪽으로 길이 따로 나 있다. 지금은 그 높은 3.760 메타 높이의 묵티나쓰(Muktinath)까지 찻길이 나 있어 일주일 정도의 걸음품을 앗아 준다. 아마 그 할머니는 늦은 봄 오월이 되어야 순례길 접고 고향땅 무스탕에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유형기의 순례자 노인들
마지막 사진은 지난번 남부 인도 힌두 사원에 인생길 마지막인 유형기에 순례 나온 인도 어르신들이다. 이 사진을 찍고는 지금도 사진을 볼 때마다에 행복한 마음이다. 참으로 인생길 다 접고 이제 삶을 포기하고 정리하러 나온 맘 편한 순례자들을 우연히도 만났기 때문이다.
이런 편한 모습 행복한 모습 마음의 평화를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우리 모든 생명 가진 이들은 행복을 원하며 애써 살아가지만 행복하지 못하다는 게 사실이 아닌가. 왜 그럴까? 이유는 많기도 하다. 우선 욕망이 크다. 더 가지고 싶고 더 높은 지위 더 큰 명예 더 즐기고 싶으며 정말 끝이 없는 게 우리 사람의 욕망이 아닌가.
부처님 한 말씀: “욕망을 성취한 그대여 불행하여라. 왜인가? 그대 앞에 또다시 더 큰 욕망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한번 조용히 생각해볼 말씀이다. 우리는 만족할 줄 모르고 감사 할 줄 모르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인가. 그러지 않다. 우리가 그럴 인격이나 덕을 갖추지 못해서인 것이다. 지금 이곳 나의 존재는 다 이웃 덕택인 것을 알아차리지 못해서인 것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남에게 쉽게 화를 내고 또 스스로 쉽게 좌절하며 초라해지는 게 몸에 익어버린 지금 우리 현대인들이다.
이번 히말라야 진풍경을 관망하면서 한 사진을 첨부하여 올려 본다. 쿠마온 지역 성자 나라얀 사원에서 보이는 성산 난다 데비(Nanda Devi: 7.820메타)를 중심한 설산 연봉 일출 풍광인데 맑고 힘찬 기운이 서려 있어 너무 좋다.
글 보시는 모든 분들이 지금 여기 이 삶에서 늘 마음 편하시고 조용한 행복의 인생길이시기를 기원 드리며 글을 맺는다.
무르익는 히말라야 봄날에, 비구 청 전 두 손 모음.
■휴심정 바로가기
<한겨레 인기기사>
■ “‘손주 돌보미 사업’에 할아버지는 왜 안되지?”
■ 정조가 읽고 태워버리라던 편지첩, 경매가 무려…
■ “민주당 계파 청산위해 ‘486’부터 해체하겠다”
■ 미 국민 60% 동성결혼 합법화 찬성
■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30%대로 추락
| |
■ “‘손주 돌보미 사업’에 할아버지는 왜 안되지?”
■ 정조가 읽고 태워버리라던 편지첩, 경매가 무려…
■ “민주당 계파 청산위해 ‘486’부터 해체하겠다”
■ 미 국민 60% 동성결혼 합법화 찬성
■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30%대로 추락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