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김구가 쓴 ‘홍익인간’. <한겨레> 자료사진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교육 이념으로 명시된 ‘홍익익간’(弘益人間)을 삭제한 데 대해 비판이 커지고 있다.
대종교는 21일 종단 최고 지도자인 박민자 총전교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정부의 개천절 기념 행사에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교육 이념에서 홍익인간을 빼자고 법안을 발의한다니 도대체 그들의 뿌리는 어디인가”라고 비판했다.
대종교는 이어 “일제강점기 수많은 학교가 설립됐는데, 개신교가 설립한 학교도, 대종교를 비롯한 민족종교들이 설립한 학교도, 많은 무장 독립군을 배출한 신흥무관학교도 단군 사상을 가르쳤다”면서 “청산리 대첩 승리를 이룬 북로군정서의 지도자와 군사들도 모두 단군 사상으로 무장한 대종교인들이었다”고 주장했다.
대종교는 “그러한 단군 사상의 핵심이 홍익인간이고, 홍익인간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이상의 세계가 이화세계”라며 “홍익인간은 초종교적인 개념으로 대한민국의 뿌리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우리 교육의 지향점에서 홍익인간을 빼고 무엇을 생각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며 “배달민족의 뿌리를 부정하는 12명의 의원들은 국민에게 공식 사과하고 법안 발의를 철회하시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대종교는 ‘홍익인간 이화세계’ 등을 종단의 구현 목표로 삼고 있다. 이 종단은 누리집을 통해 “홍익 이념은 모든 종교를 포용할 수 있는 조화의 원리를 바탕으로, 범세계 종교성을 띤 후천세계의 종교”라고 소개하고 있다.
민 의원이 다른 의원 11명과 함께 지난 3월 발의한 교육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현행법상 교육 이념으로 홍익인간을 규정한 표현 등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며 이 문구를 삭제하는 대신 ‘민주시민으로서 사회통합 및 민주국가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 등을 삽입했다.
대종교인들이 주류를 이뤘던 항일 독립군. <한겨레> 자료사진
대종교는 항일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초대 지도자 홍암 나철이 을사오적의 암살을 꾀했다가 순절했고, 2대 김교헌이 동만주에 군관학교를 열어 독립군을 양성했으며, 3·1 운동에 불을 지핀 1918년 무오독립선언서에 참여한 39인의 대부분이 대종교 교인이었다. 또 1920년 백포 서일과 김좌진, 이범석 등 대종교인들로 결성된 북로군정서가 청산리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뒤 일제에 의해 참혹한 보복을 당해 10만명이 숨져 교단이 붕괴되다시피한 것으로 전해진다.
민족의 정신적 구심점인 홍익인간을 삭제하려는 시도는 민족사와 민족정신의 왜곡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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