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 신학대학원 여성 동문들이 2017년 9월 합동교단 총회가 열린 전북 익산 기쁨의 교회 앞에서 여성 목사 안수를 요구하는 시위를 펼치고 있다. 총신대 신학대학원 여성동문회 제공
한국 보수 개신교단의 본산인 예장합동교단(합동교단) 산하 대학인 총신대학교에 설립 120년 만에 여성이사가 선임될지 눈길이 쏠린다. 합동교단은 국내 개신교단 가운데 ‘빅2’에 해당하는 대교단이면서도 대표적인 성차별 교단으로 꼽혀왔다. 지금까지 여성 목사 안수를 거부하고 있으며, 소속 총신대 이사회에는 여성 이사가 전무했고, 신학과 교수 20여명도 모두 남성이다.
최근 교육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는 총신대 정이사로 15명을 추천했는데, 이 가운데 심치열 교수(성신여대), 김이경 교수(중앙대), 정수경 변호사(법무법인 지혜로) 등 3명의 여성이 포함됐다. 총신대는 2017년 김영우 전 총장의 학교 사유화 논란으로 빚어진 학내 사태 이후 2년여간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돼왔다.
이에 교단은 “전례가 없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2일 총신대 총회 실행위원회는 합동교단 총회장인 소강석 목사가 시무하는 경기도 용인 새에덴교회에서 회의를 열어 교육부 안 수용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소 목사를 비롯한 현 임원들에게 결정을 맡기기로 했다.
교단과 총신대 목사들이 교육부 추천 여성 이사 3명을 반대하는 표면적인 논리는 ‘이들이 합동교단 출신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교육부 안에 어깃장을 놓기 위한 핑계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분위는 애초 예장합동 총회, 총신대학교 대학평의원회, 총신대 개방이사추천위원회, 전·현직이사협의체에 이사회원 2배수를 ‘성비 균형을 고려해 추천할 것’을 요구했으나, 4곳 모두 전원 남성만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단의 한 관계자는 “총신대가 교육부로부터 연간 50억원가량을 지원받기 때문에 교육부 안을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러나 총신대에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목사들이 교육부 안을 거부하도록 소 총회장을 계속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총신대 출신 여성들은 “여성을 학생으로 받으면서도 여성 지도자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합동교단이 여성 이사의 소속 교단 여부를 따질 자격이 있느냐”고 비판한다. 총신대에서 여성학 강사로 일하다 해직된 강호숙 기독교인문학연구원 연구위원은 “합동교단 소속 교회에서 교육전도사로 일하며 총신대에서 가르쳤는데, 성차별로 인해 서럽기 이를 데가 없었다”며 “전병욱 목사가 성범죄로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을 받았음에도 교단이 이를 감싸며 새로운 교회에서 아무 일 없는 듯 목회하고, 인천에서 수십명에게 그루밍 성폭력을 행사한 목사를 교단이 봐주는 관행이 되풀이되는 것도 시대에 역행하는 합동교단의 성차별적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총신대 원우회 총회장을 지낸 생명신학포럼 대표 이박행 목사도 “생명 감수성을 지닌 여성의 리더십이 중요한 시대다. 이제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성서한국을 비롯한 17개 개신교 엔지오는 2일 성명을 통해 “합동교단과 총신대는 표면으로 내세운 개혁주의 정신과 반대로 간 성차별을 해왔다”며 △여성 이사 즉각 수용 △여성 목사와 여성 장로 배출 △교단 대학의 여성 교수 임용 등을 촉구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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