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2월 3일 명동성당에서 ‘유신헌법 찬반 국민투표’ 거부와 양심선언 운동을 발표하고 있는 민주회복국민회의 상임대표 윤형중(오른쪽) 신부와 대변인 함세웅(왼쪽) 신부. 사진 연합뉴스
가톨릭계 민주화운동 참여의 초석을 놓은 고 윤형중(1903~79) 신부를 기리기 위한 함세웅 신부의 서예전이 오는 28일부터 11월3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린다.
<암흑 속의 횃불: 참스승 윤형중 신부 추모 함세웅 서예전>은 함 신부가 원장으로 있는 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공동 개최한다. 또 두 단체는 윤형중 신부 추모집 <암흑 속의 횃불>도 최근 발간했다.
<암흑 속의 횃불>은 1974년 박정희 정권이 지학순 주교를 구속하고, <동아일보>에 대해 광고 탄압을 하자 사제단이 지 주교 구속 이후 발표한 성명과 문건을 정리해 1975년 1월4일자 <동아일보> 8면에 냈던 광고의 제목이다. 이어 1974년 11월 박정희 독재에 대항하기 위한 ‘민주회복국민회의’가 결성되자 윤 신부가 상임대표를, 함 신부가 대변인을 맡았다. 폐병을 앓던 윤 신부는 건강상의 이유로 3개월 만에 대표직을 물러났지만, 노년의 마지막을 유신 반대의 한복판에서 보냈다.
함세웅 신부가 쓴 글씨 ‘세-골고타 사형터 세 개의 십자가’.
윤 신부는 생전 집필 활동, 순교자 현양, 교리 강좌에 매진하면서 1946년 <경향신문> 창간을 주도하고 부사장을 지냈다. 한국 천주교 순교자들의 정신을 자랑스럽게 여겨 1946년에는 순교자현양회를 발족해 여러 활동을 펼쳤다.
이번 전시에는 ‘암흑 속의 횃불’과 ‘천주’, ‘심장을 찢어라’, ‘자명’(自明) 등 함 신부의 서예작품 51점을 선보인다. 함 신부는 추모집 후기에서 “붓글씨를 쓰면서 하느님의 큰 사랑을 새롭게 깨닫고 집중하면서 참스승 윤형중 신부님의 삶을 가슴에 새겼다”고 밝혔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