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 사태 이후 위기에 봉착한 개신교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혁적 성향의 목사, 신학자, 평신도들이 개신교의 죄책을 고백하고 개혁안을 마련했다. 이들은 대형 교회와 교단들이 개혁안을 따르지 않을 경우 ‘교회 불복종 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개신교인 134명은 12일 ‘2020 다시 희망준비위원회’를 결성하고 ‘개신교 죄책 고백과 희망 선포의 날 선언서’를 공개했다. 이들은 선언서에서 지금까지 보수 교단들이 금과옥조로 여겼던 ‘오직 믿음, 오직 은총, 오직 성서’ 등의 교리 남용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며 ‘혐오’에서 벗어나 ‘화해’의 종교로 개혁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들은 선언서에서 “개신교는 자연 파괴의 징조로 창궐한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에 책임질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며 “주요 교단은 총회에서 전광훈에게 면죄부를 주고, 세습을 허용하고, 여성 안수를 거부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죄책 고백 없이 성장과 축복을 강조하고, 기후 붕괴에 무심한 채 천국 신앙만을 전하고,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며 가짜뉴스의 진원지가 됐다”며 “하나님과 교회, 목사를 동체로 여긴 이단적 구조로 교회의 공공성과 민주주의를 붕괴시켰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개신교가 교리를 오용해, ‘오직 믿음’은 용서를 빌미로 자본주의 병폐를 묵인하고, ‘오직 은총’은 욕망을 확대하는 데 이용했으며, ‘오직 성서’를 이런 행위를 합리화하는 절대적 근거로 사용했다고 짚었다. 이들 134명은 “대면예배 강행 속에 드러난 성전 절대주의, 성직자 중심주의는 성서 절대주의와 더불어 이런 오남용의 결과물”이라고 주장했다.
‘2020 다시희망준비위원회’는 구체적인 개혁안으로 교회 건물을 줄여 사회적 약자를 구제할 것, 세습을 불허하고 전광훈류의 개신교와 단절할 것, 반공주의, 맘몬주의(황금만능주의), 성직주의에서 복음을 자유롭게 할 것, 포용과 사랑의 종교로 모든 차별에 저항할 것 등 20개 항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날 온라인 심포지엄을 연 데 이어 ‘종교개혁의 날’(30일)을 앞둔 29일, 선언서에 서명한 1만여명과 함께 퍼포먼스를 전개할 예정이다.
준비위원장 이정배 목사는 “이번 선언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며, 신학분과·기후분과 등 10여개 분과를 두고 각 교단에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요구하고, 이를 묵살할 경우 (교인들을 상대로) 교회 불복종 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육위원회와 기독교환경운동연대 등 6개 개신교 기관은 ‘한국교회 아카데미 프리스쿨’을 열어 한국 교회가 반지성주의에서 벗어나 바람직하게 변화하기 위한 공개 강연을 온라인으로 펼치기로 했다. 이번 강연은 에큐메니컬, 평화통일, 화해문화, 디아코니아, 생태정의, 인문학 등 6개 분야별로 오는 27일부터 매주 화요일 저녁 6시30분 온라인으로 펼쳐진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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