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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교

‘신자 출입 바코드’ 채택…교회도 성당도 이제 맘대로 못들어간다

등록 2020-04-21 17:30수정 2020-04-22 09:00

천주교 서울대교구 바코드 채택
명동대성당은 번호표로 입장

개신교 대형교회들은
입구서 교인명단 확인
“신천지교인 봉쇄 조처”

도심 사찰은 아직 ‘자유’
“신자관리 시스템 미비로”
<한국방송> 주말드라마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의 한 장면. 드라마 갈무리
<한국방송> 주말드라마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의 한 장면. 드라마 갈무리
지난 3월 말 종영된 <한국방송2>(KBS2) 주말드라마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에서 교통사고로 중태에 빠진 남편이 깨어나기를 기다리는 김설아(조윤희)와 여동생을 돌보던 문태랑(윤박)은 병간호에 지칠 때마다 슬그머니 병원 부속 교회를 찾는다. 병원 교회는 이들 같은 환자 보호자들의 피난처이자 휴식 공간이다. 김설아가 교회에서 잠들면 문태랑은 다른 이들에게 김설아의 누운 모습이 들키지 않게 점퍼를 덮어준다. 이들뿐일까. 유럽을 여행하는 이들에게 오래된 성당, 교회, 모스크는 여독을 푸는 휴식처이자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장소다. 이처럼 종교의 성소는 신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누구나 고통스러울 때 언제든 숨어들 수 있는 소도처럼 넉넉한 품이었다.

<한국방송>(KBS2) 주말드라마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 중 병원 내 부속교회에서 쉬고 있는 김설아와 문태랑.
<한국방송>(KBS2) 주말드라마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 중 병원 내 부속교회에서 쉬고 있는 김설아와 문태랑.
그러나 이런 모습은 이젠 드라마 속 장면에 그칠지 모른다. 종교시설에 공식 신자가 아닌 타인들의 출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요한 변화 중 하나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두달간 중단했던 ‘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를 23일부터 재개하기로 하면서 앞으로 신분 확인을 위한 바코드를 신자 152만명에게 배포하기로 했다. 구한말 사제였던 최양업의 이름을 딴 ‘양업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것이다.

서울대교구 신자들이 미리 받은 바코드를 성당 들머리 리더기에 가져다 대면 3초 만에 교구 전산 행정시스템인 ‘통합양업시스템’에 전송돼 신분이 확인된다. 천주교에선 매년 의무적으로 고해성사해야 하는 부활절과 성탄절 때 의무 이행을 확인하기 위한 판공성사표 바코드가 있었는데, 이를 모든 신자의 교적 관리를 위해 업그레이드한 셈이다. 일단 서울대교구로부터 출발했지만, 국내 16개 교구 전체로 퍼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교구 전산정보실장 최양호 신부는 “다른 교구의 요청이 있으면 얼마든지 도움을 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대교구와 신자들로선 바코드 사용으로 신앙생활이 한층 편리해지지만, 비신자의 경우 슬그머니 성당에 들어가기 한층 어려워졌다.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한 신자가 예배당에 들어가기 전에 출석카드를 찍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제공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한 신자가 예배당에 들어가기 전에 출석카드를 찍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제공
이런 점을 고려해 명동대성당은 바코드를 사용하지 않기로 해 일단 숨구멍을 열어뒀다. 명동대성당의 경우, 자체 신자 2만5천명 외에 다른 성당의 신자들과 관광객도 적지 않게 찾아오기에 성당 외 장소에서 명단을 작성한 뒤 번호표를 받아 입장하도록 했다.

개신교 대형 교회들은 성당보다 앞선 지난 2월부터 출입 관리 시스템을 강화했다. 신천지 교인에 의해 대구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교회 입구에서 교인등록증을 확인한 뒤 출입을 허용한 것이다. 신천지교회가 선교 전략에 따라 기성 교회에 잠입시킨다는 ‘추수꾼’의 출입을 봉쇄하기 위한 조처였다. 경기도 용인 새에덴교회 대외협력실장 박요셉 목사는 “연세중앙교회 등은 이미 바코드 명패를 사용해왔고, 다른 대형 교회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출입 때 명단을 체크하고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의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끝나더라도 출입 확인은 계속될 듯하다”고 말했다. 한국 최대 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의 홍보실 박명철 차장은 “카드는 교인의 출입 확인뿐 아니라 교회 주변 음식점과 숙박업소 할인 혜택 제공 등을 위한 다목적용”이라고 밝혔다.

성당이나 교회와 달리 사찰의 경우 아직은 출입 체크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고 있다. 임융창 조계종 기획실 홍보팀장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지역 대찰들은 산문 폐쇄를 했지만 도심 사찰은 아직 신자 관리 시스템이 미비해 출입을 확인하거나 통제하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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