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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교

“서울센터 개방해 세상 품는 ‘일원의 은혜’ 지을 겁니다”

등록 2019-09-18 21:10수정 2019-09-18 21:24

[짬] 원불교 오도철 교정원장
원불교 오도철 교정원장이 18일 새로 문을 여는 원불교소태산기념관의 업무동을 배경으로 서울센터 개관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조현 기자
원불교 오도철 교정원장이 18일 새로 문을 여는 원불교소태산기념관의 업무동을 배경으로 서울센터 개관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조현 기자
원불교가 ‘개교 100년’을 넘어 익산시대에서 서울시대로 접어들었다. 오늘 21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한강변에 ‘제2 개교의 도약대’가 될 서울센터를연다. 교조 박중빈(1891~1943)의 호를 딴 ‘원불교소태산기념관’이다.

원불교 행정수반인 오도철 교정원장은 18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앞으로 월·화·수요일은 익산에서, 목·금·토요일은 서울에서 근무하며 원불교 세계화 시대를 이끌 참이다.

“원불교 교도가 아니더라도 명상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건물을 개방하는 시간엔 언제든지 와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할 겁니다.”

21일 흑석동 ‘소태관기념관’ 개관
“우연히 세계 평화의 날 열어 의미”

명상실 일정 시간 일반인도 이용
2층짜리 종교동 옥상 공연장으로
본관 10층 가운데 9층 임대 운영
“수국꽃처럼 서로 다른색 조화를”

오도철 교정원장은 서울 흑석동 한강변에 자리한 원불교소태산기념관의 2층짜리 종교동 옥상을 공연장으로 설계해 일반 시민들에게 개방한다고 소개했다. 사진 조현 기자
오도철 교정원장은 서울 흑석동 한강변에 자리한 원불교소태산기념관의 2층짜리 종교동 옥상을 공연장으로 설계해 일반 시민들에게 개방한다고 소개했다. 사진 조현 기자

연면적 2만6300평(7969평)에 지하4층·지상10층 규모의 현대식으로 지어진 소태산기념관은 10층 규모의 업무동과 2층 규모의 종교동으로 나뉜다. 전북 익산 총부에 있던 교정원에서 사실상 절반가량인 국제부, 문화사회부, 청소년국, 사이버교화팀이 옮겨와 입주했다. 강연장과 공연장, 선(禪)실, 첨단 영상을 갖춘 명상실 등도 마련해 ‘원불교의 미래상’을 엿보게 한다.

그러나 이런 하드웨어보다 더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있다. 특히 금싸라기땅 한강변에 2층으로만 지어 옥상 공연장을 인근 주민들과 서울시민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겠다니, 100년 역사보다 넓은 품을 느낄 수 있다. 옥상 설계는 원불교 진리의 상징인 일원상을 형상화했다. 옥상 둘레로 둥근 벽을 쳐놓아 올림픽대로의 소음도 들리지 않으니 공연장으로 그만이다.

소태산기념관의 개념은 ‘일원을 담아 은혜를 짓다’는 것이다. 진리 탐구로 깨달은 영성에 머물지 않고, 이를 세상에 돌려주자는 의지의 표현이다. 오 원장은 “인근 흑석동 주민들이 한강공원으로 진입하는 통로가 없어서 소태산기념관의 터를 통로로 내놓았다”고 했다.

탈종교화 시대, 교도들의 고령화 시대 원불교는 자력갱생을 위해 애쓰고 있다. 소태산기념관 10층 가운데 한층만을 교단에서 사용하고 나머지는 임대를 하는 것도 최대한 신도들에게 손을 덜 내밀고 교단을 운영하기 위함이다. 그런 내핍 속에서도 시설을 과감하게 지역사회에 내놓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는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다’는 연기법, 즉 인과법의 진리를 깨달으셨고, 소태산 대종사께서도 같은 진리를 깨달았지만, 한발 더 나아가 ‘네게 아니면 내가 살 수 없다’는 은혜를 더욱 강조하셨다”고 설명했다.

이미 1년 전에 정해놓은 기념관의 개관일은 마침 ‘세계 평화의 날’이기도 하다. 오 원장은 최근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을 둘러싼 정파간·계급간·세대간 갈등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집무실의 화초를 예로 들어 말했다.

“수국꽃은 어떤 것은 파랗고, 어떤 것은 빨갛다. 어떤 것은 하얗게 펴서 파란색이 됐다가 보랏빛으로 변하기도 한다. 같은 수국이지만 온갖 색이 있다. 사람도 자기가 좋아하는 색깔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내가 파란색이 좋다고 모든 걸 파란색으로만 만들자고 하고, 혹은 빨간색이 좋다고 빨갛게만 만들자고 하면 다른 색을 좋아하는 이들은 불편해 한다. 그래서 편이 갈리고 갈등이 생기고, 불편함이 폭력이 되면 평화가 무너진다. 파란색은 파란색대로, 빨간색은 빨간색대로, 보라색은 보라색대로 아름답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다른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지 않으면 평화가 유지될 수 없다.”

그는 또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으로 ‘자기 비움’을 강조했다. 큰그림을 볼 수 있는 자만이 자기를 비우고 상대를 배려할 수 있고, 그런 지도자들이 나와야 사회와 나라가 제대로 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원불교는 철저한 진리추구의 종교다. 크리스찬들이 크리스 마스를, 불자들이 부처님오신날을 최대 축일로 삼는 것과 달리, 원불교는 교조의 탄생일이 아닌 깨달은 날인 ‘대각개교절’을 가장 중시한다. 그럼에도 그는 “26살에 깨달음을 얻은 청년 소태산 대종사님이 처음 한 일은 종교 의식이 아니라 배고픔에 시달리는 마을 사람들을 위해 저축조합을 결성해 바다를 막아 논을 만드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물질이 개벽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개교 표어를 내세울만큼 물질과 정신, 육체와 영혼을 함께 가도록 건강한 수행법과 삶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그는 원불교가 최근 독신을 의무화했던 여자교무들도 남자교무들처럼 6년간의 교무교육 과정을 마친 뒤 정녀(독신 여성 교무) 또는 결혼 여부를 자신이 선택할 수 있게 한 것과 관련해 “‘남녀 권리는 동일하다’는 대종사님의 인권평등 정신을 이제는 실천할 시점이 되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출가자 감소와 관련해서도 “68살인 교무 정년을 74살까지로 6년 늘리는 방안을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소태산기념관에서는 오는 20일 오후 7시30분 봉불음악회가, 20일 오후 4시부터 30일까지는 원불교문화예술축제가 각각 펼쳐진다. 법해 김범수 화백의 원불교 선묵화 ‘깨달음의 얼굴’과 법인성사 100돌 ‘하늘을 감동시킨 서원과 화합’ 특별전시회도 열리고 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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