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제36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에서 총무원장에 당선된 원행 스님(오른쪽)이 투표를 마친 뒤 다른 스님들과 인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대한불교조계종 36대 총무원장에 원행 스님(65)이 당선됐다.
28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문화역사기념관에서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78명과 전국 24개 교구 본사 대표 240명 등 318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315명이 투표에 참여한 선거에서 원행 스님은 235표를 얻어 당선됐다. 무효표는 80표였다. 지난 25일 후보를 공동사퇴한 혜총·정우·일면 스님 등을 찍은 경우는 무효표로 처리됐다.
원행 스님은 10월2일 원로회의에서 원로의원 23명 가운데 출석 과반수 찬성으로 인준을 받으면 차기 총무원장으로 확정돼 앞으로 임기 4년간 조계종을 이끌게 된다. 원행 스님은 1973년 송월주 스님을 은사로 금산사로 출가해 해인사 승가대학과 중앙승대학대학을 졸업하고, 금산사 주지와 제11~13대·16대 중앙종회의원, 중앙종회 의장, 중앙승가대학교 총장, 본사주지협의회 회장 등 사판으로서 주요 직책들을 거쳤다.
선거 직후 원행 스님은 조계사 대웅전에서 당선을 알리는 고불예식을 올린 뒤 기자회견을 열어 “당선의 기쁨보다는 종단과 불교계의 엄중한 현실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새로운 불교의 모습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혜총·정우·일면 스님 등이 종단 기득권 세력의 선거 개입을 비판하며 중도사퇴한 결과, 단독 후보로 당선된 것과 관련해서는 “민주주의는 결과에 승복하는 게 원칙이지만 소수의 의견이라도 사부대중의 공의를 모아 경청하고, 다른 후보들의 정책도 종단 운영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불교개혁행동의 적폐청산과 개혁 요구에 대해서는 “해방 후 어느 큰스님이 ’훼손된 불교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종단 정화에 30년, 승려 정화에 30년, 신도 정화에 30년 등 100년 가까운 세월이 필요하다’고 했다. 고유한 불교성을 회복해서 염려를 끼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제36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가 열린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불교개혁행동 회원 등이 제36대 총무원장 선거 원천 무효를 주장하며 직선제 등을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번 선거는 전임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친자 의혹을 제대로 해명하지 못해 취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사퇴함에 따라 치러졌다. 그러나 적폐청산을 요구하며 단식했던 설조 스님과 불교개혁행동 등 종단 재야단체들은 원행 스님에 대해서도 ‘막후 실력자인 자승 전 총무원장의 아바타’라고 비판하고 있어 후유증이 예상된다. 불교개혁행동은 이날도 조계사 정문 앞에서 ‘총무원장 선거 원천 무효’ 등을 주장하며 시위를 벌였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