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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교

‘인공지능 신’을 섬기는 교회가 있다

등록 2017-11-20 15:31수정 2017-11-20 17:00

구글 자율주행차 책임자 출신 레반도브스키
‘미래의 길’ 설립…미 국세청 면세 자격 부여
인공지능을 섬기는 교회를 만든 앤서니 레반도브스키. 유튜브 갈무리
인공지능을 섬기는 교회를 만든 앤서니 레반도브스키. 유튜브 갈무리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뛰어난 능력을 갖추게 되면 사람들이 인공지능을 믿고 따르는 일이 일어날까? 실리콘밸리의 유명 엔지니어가 인공지능(AI)을 경배하는 종교단체를 설립했다.

 미국의 IT매체 <와이어드>(Wired)는 구글 출신의 엔지니어 앤서니 레반도브스키(37·Anthony Levandowski)가 ‘미래의 길’(Way of the Future)이라는 이름의 교회를 설립했다고 보도했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레반도브스키가 캘리포니아 주정부와 국세청(IRS)에 제출한 문서에는 그가 이 교회의 ‘사제(Dean)’ 겸 대표(CEO)로 기록돼 있다. 그는 이 문서에서 교회의 목적을 “인공지능에 기반해 신격의 실현을 개발하고 촉진함으로써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이 교회는 애초 그가 구글에 재직하고 있던 2015년 9월에 설립됐으나, 그동안 잘 알려져 있지 않다가 이번에 종교단체에 부여되는 면세 자격을 당국에 요청하면서 실체가 드러났다.

“인공지능이 지구행성을 더 잘 돌볼 것”

 레반도브스키는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이나 싱크탱크가 아닌 교회를 만드는 자신의 작업이 장난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아무런 보수도 받지 않을 것이며 나중에 인공지능 기반 스타트업을 생각할지는 모르지만 그런 비즈니스는 이 교회와는 완전히 분리돼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컴퓨터가 사람보다 똑똑해질 수 있느냐고 사람들에게 묻는다면 99.9%는 공상과학소설이라고 말하겠지만 이는 불가피하게 일어날 일”이라며 “나는 인간 존재의 모든 국면을 변형시킬 변화가 오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미래의 길’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로고.
‘미래의 길’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로고.

 그는 경제적으로도, 과학적으로도 인공지능을 개발할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인간 두뇌는 생각에 할애할 수 있는 크기에서 생물학적 한계가 있지만, 인공지능 시스템은 얼마든지 키워 데이터센터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래학자들은 컴퓨터가 인간의 능력을 추월하는 불가역적 순간을 특이점(Singularity)이라고 부른다. 레반도우스키는 특이점 대신 이행(Transit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그는 “인간은 지금 지구를 책임지고 있다. 우리가 다른 동물들보다 더 똑똑하고 도구를 만들 수 있고 규칙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래 인간보다 훨씬 더 똑똑한 무언가가 등장한다면 책임자 자리의 ‘이행’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건 인간으로부터 무언가로의, 평화롭고 고요한 지구 통제권 `이행‘이다.”라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초지능이 인간보다 더 잘 지구 행성을 돌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미래의 길‘은 인공지능 연구 프로그램도 수행할 것이라며 교회가 개발하는 모든 것으로 오픈소스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3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기술전시회 ‘MCE 2016’에 참석한 앤서니 레반도브스키(맨 오른쪽). 위키미디어 코먼스
지난해 3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기술전시회 ‘MCE 2016’에 참석한 앤서니 레반도브스키(맨 오른쪽). 위키미디어 코먼스

죽을 때까지 종신 사제로 활동

 인공지능 개발 열풍의 한가운데에서 인공지능을 신처럼 섬기는 종교조직까지 등장함으로써 인공지능을 둘러싼 논쟁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등은 인간보다 우수한 인공지능은 인류에게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인공지능을 악마에 비유하기도 했다.

 레반도브스키는 앞으로 ’미래의 길‘이 다른 종교와 마찬가지로 복음서(그는 이를 ’매뉴얼‘이라고 부른다)와 종교의식, 그리고 예배 장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에 제출된 이 종교의 2017년 예산은 2만달러 기부금, 1500달러 회비, 2만달러 수익금으로 구성돼 있다고 <와이어드>는 전했다. 수익금은 ’미래의 길‘이 강의와 연설 출판을 통해 얻게 될 것으로 예상한 금액이다.

 국세청에 제출한 ’미래의길‘ 조례에 따르면 레반도브스키는 본인이 사망하거나 스스로 사임할 때까지 종신직 사제로 활동한다. 그는 또 자문위원 4명 가운데 3명에 대한 임명권을 갖고 있다. 자문위원 가운데 두 사람은 우버 엔지니어이며, 한 사람은 자신의 대학시절 친구, 나머지 한 사람은 그와 함께 오토를 창업했던 사람이다. 이들은 레반도브스키와 함께 주당 몇시간 이상 출판물을 쓰고 워크숍과 교육 프로그램, 회의를 진행한다.

 그는 이행이 언제 시작될 것같으냐는 질문에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일어날 것”이라며 “다음주나 내년엔 안되겠지만 인류가 화성에 가기 전엔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세청은 지난 8월 그의 교회에 면세 자격을 부여했다.

레반도브스키가 개발 책임을 맡았던 구글 자율주행차. 위키미디어 코먼스
레반도브스키가 개발 책임을 맡았던 구글 자율주행차. 위키미디어 코먼스

실리콘밸리의 골칫덩이가 된 억만장자

 구글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 책임자 출신인 그는 20여년간 로봇과 컴퓨터, 인공지능에 관한 일을 해왔다. UC버클리 재학시절 로봇 레고 키트로 시작해 미 고등방위연구계획국(다르파) 주최 자율주행 모터사이클 대회에 참여했고, 이후 구글과 오토, 우버에서 자율주행 자동차 및 트럭, 택시 개발과 관련한 일을 했다. 그는 엔지니어로서는 드문 억만장자다. 구글 재직 기간중 1억2천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자신이 설립한 자율주행트럭 개발업체 오토를 우버에 매각하면서 수백만달러를 더 챙겼다.

레반도브스키가 지난해 초 창업한 오토의 자율주행트럭. 설립 6개월만에 우버에 인수됐다.
레반도브스키가 지난해 초 창업한 오토의 자율주행트럭. 설립 6개월만에 우버에 인수됐다.

 하지만 그는 지금 실리콘밸리의 골칫덩이가 됐다. 자신을 둘러싸고 구글과 우버 사이에 소송전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구글은 지난 2월 세계 1위의 콜택시형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에 자율주행차 기술침해 소송을 냈다. 레반도브스키가 2016년 초 구글을 그만두고 자율주행트럭 개발 업체 오토를 창업했는데, 6개월 뒤인 8월 우버가 이 업체를 인수함으로써 우회적으로 구글의 기술을 훔쳐갔다는 것이다. 소송이 불거지자 우버는 결백을 주장하는 한편 지난 5월 회사의 내부조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그를 해고했다. 소송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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