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열린 생명평화마당의 ‘작은교회 박람회’. 올해는 ‘작은교회 한마당’으로 이름을 바꿔 역대 최대 규모의 잔치를 연다. 생명평화마당 제공
올해는 종교개혁 500돌이다. 그런데 국내 개신교 최대 교단인 예수교장로회 ‘통합’과 ‘합동’ 등 주요 교단에선 1년에 한번씩 여는 총회에서 동성애자뿐 아니라 동조자·옹호자들까지 신학대 입학을 금지하는 ‘반개혁’ 결의가 잇따랐다. 차별금지법의 국회 통과를 저지하고, 종교인 과세 시행 2년 유예를 건의하자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혼과 재혼은 모두 죄’라고 규정하는가 하면, 교회에서 요가와 마술을 금지하기도 했다.
이렇게 주요 교단들이 세계 교회의 흐름과는 거꾸로 가는 소수자·약자 탄압 결정을 내놓으면서 ‘열린 사고’를 지닌 젊은이들로부터 갈 교회가 없다는 자조적인 한숨이 나오고 있다. 개신교계에선 대형교회들과 교단들의 반개혁적 폐쇄성이 젊은층의 ‘가나안 성도화’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가나안 성도’란 ‘(교회)안나가’란 말을 뒤집어, 그리스도인이지만 기성 교회에 불만이 커 교회에 나가지 않는 이를 일컫는 신조어로 2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작은교회들과 신학자, 개신교 활동가들이 초교파적으로 결성한 ‘생명평화마당’의 공동대표 한경호 목사는 “교단 총회의 동성애 논의가 생물학적, 신학적 접근을 도외시해 합리적 토론이 사라졌다. 정치적 의제로 변질되고 있다”며 “합리적인 교인들의 탈교회화를 부추기는 행태”라고 말했다.
지난해 열린 생명평화마당의 ‘작은교회 박람회’. 올해는 ‘작은교회 한마당’으로 이름을 바꿔 역대 최대 규모의 잔치를 연다. 생명평화마당 제공
생명평화마당은 “그렇게 닫힌 교회들만 있는 게 아니다”라며 ‘가나안 성도’들을 향한 손짓도 보내고 있다. 이들은 10월9일 오전 10시~오후 5시 서울 서대문구 냉천동 감신대 교정에서 ‘작은교회 한마당’을 연다. 지난 4년 동안 이어온 ‘작은교회 박람회’의 이름을 바꿔 역대 최대 잔치를 펼치기로 했다. 이 한마당엔 개별 교회 등이 140개의 부스를 설치해 신도들에게 자기 교회의 특징을 설명하고 상담한다.
조직위원장 방인성 목사는 “도심 대형교회들이 그리스도교 복음의 핵심인 생명과 평화를 도외시한 채 거대 건물 중심으로 가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다”며 “전체 교회의 70~80%인, 구성원 200명 미만의 작은교회들이 말구유에 작디작은 자로 온 예수님 오신 뜻을 살리는 데 힘을 모으자는 게 한마당 취지”라고 말했다. 그는 또 “행사엔 가나안 성도들이 평소 궁금해하던 특정 교회를 좀 더 알기 위해 오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엔 2천여명이 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생명평화마당은 이에 앞서 26일 오후 7시~9시30분 감신대 웨슬리채플관에서 작은교회들이 대형교회들의 목회자와 성장, 남성 중심에서 벗어나기 위해 △탈성직 △탈성장 △탈성별 분과별로 ‘작은교회 운동을 위한 한국적 교회론 심포지엄’을 연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