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최다 장기기증자 최정식 목사
고교 때부터 월2회 헌혈 186번
췌장기증도 등록...수혜자 기다려 스승 유영모·김흥호 목사 본받아
하루 한끼 먹으며 막노동 ‘헌신’
“대통령 표창 수치…왜 버티는지” 지난 25일 광화문 광장에서 만난 최 목사는 멀리 지붕이 보이는 청와대를 보며 한숨지었다. 그리곤 반납하고 싶다고 했다. 2년 전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장기 기증을 많이 했다고 받은 표창장이 수치스럽다고 했다. “빨리 하야 해야 하는데, 저리 버티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요. 무슨 욕심이 그리 많은지.” 최 목사는 고교 때부터 한달에 두번씩 헌혈을 했다. 첫번째 장기 기증은 1993년 7월이었다. 우연히 본 장기 기증 안내서를 보고 콩팥을 기증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땐 콩팥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도 몰랐어요. 두 개가 있는데 하나 기증해도 살아가는 데 문제가 없다는 말을 듣고 결심했어요.” 만성 신부전증을 앓는 동갑내기 여성이 그의 콩팥을 기증받고 새 삶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10년 뒤인 2003년에는 간을 기증했다. 콩팥을 기증했던 한 스님이 간도 기증했다는 뉴스를 보고, 그도 곧바로 간 기증을 결심했다. “두 개의 장기도 기증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어요. 서슴치 않고 간 기증을 했죠.” 두 번째 기증에 대한 가족의 반대는 컸다. 특히 어머니의 걱정이 심했다. 최 목사는 형에게 가족동의서에 서명해줄 것을 부탁했다. 신장 수술에 기꺼이 서명했던 형은 간 이식 수술을 하는 의사가 예정보다 늦게 오자, 잘됐다며 병원을 나가버렸다. 최 목사는 스스로 서명하고 수술대에 올랐다. 2005년엔 골수(조혈모세포)를 기증했다. 백혈병에서 고생하던 고교 3년생이 자신의 골수를 기증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국내에서 콩팥과 간을 동시에 기증한 이는 25명인데, 골수까지 기증한 이는 최 목사가 유일하다고 한다. 비(B)형간염 바이러스가 몸 안에 침입한 흔적이 있다는 이유로 헌혈이 거부될 때까지 186번의 헌혈도 했던 그는 2006년엔 췌장 기증 등록을 해 기증 받을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최 목사는 사후 시신 기증도 약속했다. 시신 기증은 물론 조직 기증도 약속했다. 조직 기능은 기증자와 이식자의 조직형이 일치해야 가능한 장기 기증과 달리 누구에게나 이식할 수 있어, 1명의 기증자가 최대 100명의 생명을 살리 수 있다고 한다. 죽어서도 아낌없이 다 주는 것이다. 최 목사는 “왜 그리 기증을 하냐?”는 질문에 “식물의 열매가 익으면 열매의 양분을 다른 생물에게 주듯이, 줄 수 있을 때 주고 싶다”고 했다. 전북 김제 평범한 농부의 3남3녀 가운데 다섯째로 태어난 최 목사는 부모가 모두 기독교도인 모태신앙이었다. 감리교신학대 종교철학과를 졸업한 그는 개신교 종교철학가로 유명한 다석 유영모의 제자였던 고 김흥호 전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교수와 개신교 수도공동체인 동광원을 설립한 ‘맨발의 성자’ 이현필 선생을 스승으로 만나며 희생과 봉사의 삶을 꿈꾸었다. 신학대를 졸업한 뒤 한 때 수도원에서 생활하기도 했던 그는 스승의 삶을 좇아 1일1식을 하고 4시간씩 자며 영성수련을 했다고 한다. 2004년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은 그는 한 때 필리핀 한인교회와 서울 쌍문동에서 목회 활동을 하다가 그만 두었다. 목회보다는 어려운 이를 돕는 데 더 관심이 많았던 그는 숭실대 사회복지대학원에 입학했고, 졸업한 뒤 떡집·요양센터·출판사 등을 운영했다. 그의 꿈인 무료 요양원 운영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최 목사는 “진리를 추구하는 길은 욕심을 버리고, 나와 남이 하나라는 것을 깨닫고, 남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신약 성경> ‘로마서’ 12장 1절을 이야기 했다. “그러므로 형제들아 내가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으로 너희에게 권하노니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 이는 너희가 드릴 영적 예배니라”. 또 ‘사도행전’ 20장 35절도 이야기 했다. “약한 사람을 돕고 또 주 예수께서 친히 말씀하신 바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 하심을 기억해야 할지니라.” 최 목사는 “유교에서도 가장 큰 효도는 바로 살신성인”이라 했으니, 자신의 장기 기증이 인(仁)을 실천하는 길이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도 자신의 능력 안에서 남을 돕는 일을 계속 할 작정이다. 남의 돈을 빼앗아 재단을 만들어 남을 돕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능력 안에서 남을 돕는 것이다. 그것이 예수의 사랑을 실천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비록 막노동을 하지만 마음엔 평화가 가득합니다”라며 환하게 웃는 최 목사. 내 안에 가득한 이기심이 부끄러워진다.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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