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간화선 대법회 공동추진위원장 의정 스님
4대 성현 좇다가 ‘부처’ 만나 출가
“좌선과 움직이는 수행 함께 해야” 15일부터 동화사서 간화선 대법회
‘세상을 꿰뚫다’ 일반인 위한 수행법
“아침저녁 5분 ‘화두’ 생활로 가능” 의정 스님이 스승인 송담 스님에게 받은 화두는 ‘판치생모’(板齒生毛)였다. ‘판때기 같은 이빨에 털이 난다’는 이 화두는 중국의 조주 선사(778~897)에게 어떤 학승이 “달마가 서쪽에서 온 까닭이 무엇인가요?”라고 묻자 대답한 말이다. 고교 시절부터 인생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스님은 방학 때 경기 의정부에서 전남 목포까지 무전여행을 갔다. 갖은 고생 끝에 도착한 목포 앞바다에서 문득 ‘앞선 성현들은 인생의 고민을 어찌 풀었는지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공부보다 4대 성현의 철학과 사상에 빠져들었다. 마지막에 접한 것이 불교였다. “불교 경전과 석가모니의 삶을 보는 순간, ‘내가 찾는 것이 바로 이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모의 반대를 뒤로하고 “단박에 출가를 결심”했다. 24살 때였다. 법문에 들어선 의정 스님은 전국 선원을 돌며 수행의 길을 나섰다. 하지만 33살에 병에 걸렸다. 물만 먹어도 체했다. 1년간 피를 토했다. 참선을 하다가 쓰러져 구급차로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다. 병원에서는 병명을 모른다고 했다. 5년간 고생했다. 화두만 잡으면 아팠다. 상기병(上氣病)이었다. 수행하는 스님들이 잘 걸리는 병이다. 기가 머리 쪽으로 몰려 생기는 고질병이기도 하다. 몸무게가 60kg에서 40kg으로 줄었다. 절을 떠나 전남 장흥 땅에 작은 집을 마련해 직접 차밭과 채소를 가꾸며 살았다. 다행이 병이 나았다. “그때 가부좌 틀고 앉아 있기만 해선 안 된다는 것을 알았어요. 좌선(坐禪)과 동선(動禪)의 균형을 맞추니 병이 나았어요. 좌선만이 정진이라는 생각은 틀린 것이었어요.” 의정 스님은 그럼에도 ‘간화선이 최고의 수행 방법’이라고 했다. “현재의 불교는 부처님 때와는 달리 정신을 가다듬는 사마타와 지혜를 얻는 위파사나를 따로 수행합니다. 하지만 한국 불교의 특징인 간화선은 이를 동시에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님은 깨달음까지 이르는 과정엔 난관이 자리잡고 있다고 했다. 첫번째 장벽은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이다. 이를 예방하려면 눈을 뜬 채로 화두를 들어야 한다. 그래도 졸리면 차라리 누워서 자는 것이 낫다. 두번째 장벽은 번뇌 망상이 일어나는 것. 이때는 망상이 일어나는 대로 내버려 둔 채, 처음부터 하던 화두에 집중해야 한다. 이런 단계를 넘으면 의심 덩어리가 온몸에 가득 찬다. 그러다 의심과 의심하는 자신이 하나가 되는 순간 불현듯 화두가 깨지면서 깨달음의 경지에 오른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 근현대 불교를 연 대선사로 꼽히는 경허 스님(1849~1912)은 3개월 만에 화두를 푼 것으로 유명하다. “경허 스님은 방문을 잠그고, 조그만 창문을 통해 식사를 들이고, 요강을 비웠어요. 잠을 피하기 위해 칼을 목 밑에 세워두고 정진했어요. 정말 처절한 수행 아닙니까?” 고려시대 불교 개혁을 한 고승인 보우 선사(1301~1382)는 18년 만에, 조선시대 서산 대사(1520~1604)는 10년 만에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그만큼 어려운 경지란 얘기다. “그동안 한국 불교가 간화선을 일반 대중에게 제대로 알리는 노력을 하지 않았어요. 서양에서는 물질문명에 파괴되는 인간의 정신을 바로잡을 대안으로 선수행을 꼽고 있어요. 이제부터라도 널리 간화선의 우수함을 알려야 합니다. 이번 간화선 대법회에서는 일곱 분의 고승들이 매일 번갈아가며 쉽게 설명합니다. 일반인들이 일상 속에서 화두를 잡고, 깨침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의정 스님은 “전통적인 한국 선불교의 수행 방식은 생활선이어서 앉아서도, 서서도, 걸어다닐 때도 언제든지 할 수 있다”며 “우선 잠들기 전 5분, 아침에 일어나서 5분이라도 화두를 들어보라”고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화두를 주고, 끝까지 화두를 풀도록 이끌어 줄 좋은 스승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스님은 강조했다. 양평/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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