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현 스님
[짬] 박사학위 4개 딴 월정사 교무국장 자현 스님
출가뒤 대학공부 시작해
동국대, 성균관대, 고대 등
일반대학원 4곳서 박사 따
내년엔 ‘불교미술’ 박사까지 등재논문 110편, 저술 30권
“공부는 ‘약간 재미없는 게임’” 스님은 서울 동북고를 졸업하고,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동국대 불교학과와 성균관대 동양철학과에서 석사를 받았다. 그리고 4개의 일반대학원에서 서로 다른 4개의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성균관대 동양철학과에서 붓다 당시의 인도불교를, 동국대 미술사학과에서 한국 불교의 고건축으로, 고려대 철학과에서 선불교에 관한 사상문제로, 동국대 역사교육과에서 한국 고대사를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썼다. 지금도 동국대 미술학과에서 불교미술에 대해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1년 뒤엔 박사학위가 5개가 될 것 같다. 그동안 정부와 사찰에서 받은 장학금만 4천여만원. 현재 능인대학원대학교 불교학과 조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공부한다. 일주일에 3과목은 박사과정에서 강의를 듣고, 7과목은 학생들을 가르친다. 그는 ‘논문의 신’ ‘논문 제조기’로 불린다. 인문학자 가운데 1년에 가장 많이 학술진흥재단 등재 논문을 썼다. “제 노트북에는 일주일 정도만 작업하면 학회 논문을 완성할 수 있는 자료들이 80여편 누적돼 있어요.” 그래서 스님은 노트북 바닥에 ‘혹시 이 노트북을 습득하면 동일한 최신 모델로 보상할 테니 꼭 돌려만 달라’고 쓴 메모지를 붙이고 다닌다. 그가 쓴 30여권의 책 가운데 <불교미술사상사론>은 학술원 우수학술도서로, <사찰의 상징 세계>는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로, <붓다순례>는 세종도서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현재의 이런 모습에 대해 “천재가 아닌 평범한 머리로 가장 효율적인 공부 방법을 만들어서 이제는 머리 좋은 사람들을 뛰어넘었다”고 말한다. 그의 초등학교 성적표에 ‘가’도 있다. 학번도 제대로 외우지 못한다. 심지어 컴퓨터 자판도 외우지 못해 독수리타법으로 논문을 쓴다. 그러나 자신만의 공부 비법을 터득했다. 자신의 머리로는 도저히 그 수재들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스님은 자신의 공부 비법의 가장 기본으로 명상을 든다. “명상은 정신집중을 통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모으는 방법입니다. 종교적인 명상은 어렵지만 공부법으로서의 명상은 쉬워요. 잡념을 통제하면 됩니다.” 그는 잡념의 양성화를 주장한다. 정신을 집중하다가 잡념이 생길 때 계속 그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잡념이 발생하는 빈도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잡념은 100가지 이상 안 돼요. 100번 정도 이런 작업을 계속하면 잡념이 나의 현재 의식의 판단을 시끄럽게 만들지 못해요. 그러면 내 판단과 집중에 대한 능력이 엄청나게 증대되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게 돼요.” 휴식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저는 논문을 쓰거나 책을 쓰는 것처럼 창의적인 작업이 필요하면 푹 잡니다. 무조건 푹 자면 능률이 오릅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현대에서 정보의 총량보다는 머릿속에서 효율적으로 정리해 쓰고자 할 때 바로 떠오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휴식은 감각기관으로 들어온 정보를 재정리하고 분류하는 작업을 도와준다는 것이다. 또 현재의식도 중요하지만 무의식을 믿으라고 조언한다. “무의식에 대한 강력한 신뢰는 불가능한 일을 처리해내는 초능력을 발휘하게 합니다. 현재의식이 무의식을 조절할 수 있다는 오만을 버리고, 현재의식은 무의식의 드러난 수단일 뿐이라는 점을 이해하면 공부는 쉬워집니다”라고 말한다. 휴식과 잠을 통해 무의식이 입력한 정보를 스스로 정리하고 필요할 때 출력을 해준다는 믿음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또 나쁜 기억력은 창의력을 도와준다고 한다. 잘 잊어버리기 때문에 오히려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있고, 그 결과는 계속되는 새로움을 파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종교나 철학을 공부하는 이들은 기억력이 나쁜 것이 축복입니다.” 그는 대학원에서 자신이 머리 좋은 학생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나쁜 기억력이라고 말한다. 기억력에 의존하는 주입식 방법에 능한 학생들은 정보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치면 당황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최근 <미치도록 공부가 하고 싶어지는 스님의 공부법>(불광출판사 펴냄)을 낸 자현 스님은 <삼국지>같은 컴퓨터 게임을 만들고 싶단다. 주인공은 중국이 아닌 우리나라의 영웅이다. “전세계 전쟁사에서 가장 위대한 전쟁은 살수대첩입니다. 당시 수나라가 동원한 군인은 300만명. 300만명은 당시 고구려 인구 정도였어요. 이 불가능한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이 을지문덕 장군인데, 우리의 인식엔 삼국지의 적벽대전만도 못한 것으로 돼 있어요, 그런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컴퓨터 게임을 만들 것입니다.”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연재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