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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교

술꾼들에게 조니 워커 애칭 얻은 교황

등록 2015-10-13 20:21수정 2015-11-04 10:45

쉼과 깸
올해 10월11일은 지난해 교황청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성인으로 선포된 요한 23세의 축일이다. 요한 23세는 현 프란치스코 교황의 롤모델이나 다름없다. 1958년 261대 교황으로 취임한 요한 23세는 당시로서는 많은 나이인 77살에 즉위한데다 외모도 시골 농부 같아 인기가 없었다. 실제 세련된 외모의 전임 비오 12세의 후임으로 강복하기 위해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 나타나자 환영하는 인파 속에서 일부는 아쉬움을 표했다. 작은 키에 배가 나온 ‘땅딸보 영감’이 교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황은 약 6년간의 짧은 임기 동안 그 어떤 교황도 하지 못한 일을 함으로써 사람들의 선입견이 얼마나 그릇된 것인지를 보여주었다. 그가 재임했던 시기는 쿠바 사태로 인한 미-소의 핵전쟁 위기와 제3세계의 출현, 베트남전쟁, 남녀평등 요구 등이 확산되는 격변의 시대였다.

시대의 변화를 인식한 요한 23세는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1962년 10월 신구교를 막론하고 현대 교회사에 일획을 그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개최했다. 이처럼 가톨릭교회의 일대 변혁을 일으킨 요한 23세는 자신이 가난한 농부 집안 출신이라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여타의 교황들처럼 외모가 뛰어나거나 대중적인 쇼맨십이 있진 않았으나, 선함과 진솔함을 무기로 인망을 얻고 존경받았다. 그 때문에 보수적인 추기경들이나 주교들로부터 교황으로서 권위가 없고 교회를 세속화시킨다는 비난도 받았지만 인간적으로는 그 누구로부터 미움받지 않았다.

그는 “여러분이 제게 오시기 어려울 것 같아서 제가 여기에 왔습니다”라고 하면서 공장과 고아원, 감옥 등을 찾아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로했다. 가까운 곳은 직접 걸어서 방문하는 요한 23세의 부지런한 모습을 지켜본 위스키 애호가들은 그의 교황 이름을 따 조니 워커라는 별명을 지어주기도 했다. 요한 23세의 서민적이고 개방적인 모습은 일반 정치인이나 고위직 종교인들이 벌이는 대외 홍보용이 아니라 진정성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출신 성분을 알고 있는 상류층 사람들에게 노골적인 무시와 푸대접을 받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어떤 파티에서 참석자 가운데 하나가 누드 사진을 보여주며 “무슨 생각이 드시는지요?”라고 하자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아, 네. 어머님이신가 보군요. 참 잘생기셨습니다”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그는 “교황은 하느님과 그리스도의 대리자로서 하느님보다는 낮으나 인간보다는 높다”고 말한 이노센트(인노켄티우스) 3세나, 1870년 “교황은 결코 오류나 잘못을 범할 수 없다”고 주장한 비오 9세처럼 거만하거나 황당하지 않았다.

 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위원
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위원
술꾼들에게 애칭을 얻을 정도로 거리의 사람들과 가까웠던 요한 23세. 그는 2014년 4월 가톨릭교회의 성인 지위에 올랐다. 복자에서 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한 차례의 기적이 더 필요했지만 교황청은 이례적으로 그의 심사를 면제했다. 이탈리아 북부 베르가모 출신의 가난한 소작농 아들이 마침내 성인이 된 것이다. 살아생전 ‘선하신 교황 요한’으로 불렸던 그는 절대적 권위의 교황이 되기 전이나 후나 변함없이 그 별명에 어울리게 산 인물이었다.

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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