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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교

프란치스코 교황, 로메로 대주교 성인추대 길 열어

등록 2014-08-19 22:12수정 2014-08-21 14:30

1980년 미사중 군부 총격에 숨진
엘살바도르 로메로 대주교 거론
“복자 선포 막던 교리문제 해결”
교황청 시복심의 절차 진행 밝혀
프란치스코 교황이 독재에 저항한 ‘정의의 사도’를 성인으로 추대할 길을 열었다.

그는 18일(현지시간) 로마로 돌아가는 전세기 안에서 “로메로 대주교를 복자로 선포하는 것을 막던 교리적 문제가 이미 교황청 신앙교리성에서 해결됐다”면서 시복 심의 절차가 교황청 시성성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밝혔다. 그가 말한 오스카 로메로(1917~1980))는 1993년 존 듀이건 감독이 만든 할리우드 영화 <로메로>를 통해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알려진 ‘양심의 사도’다.

남미 엘살바도르의 로메로 대주교는 1980년 3월 24일 미사 도중 우익 군부 하수인의 총격을 받고 숨진 인물이다. 로메로는 본래 보수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1963~65년 가톨릭 개혁을 선언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도 마뜩치 않아 하는 전통주의자였고, 남미의 해방신학을 ‘증오에 가득찬 그리스도론’이라고 공격했던 인물이었다. 그런데 대주교가 되어 사제들로부터 처참한 농민, 빈민, 원주민들의 실상을 들은 그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는 생존권을 빼앗기면서 단말마처럼 내뱉는 호소마저 아무도 귀기울여주지 않는 ‘목소리 없는 사람들’의 대변자 되었다. 그는 교회가 정치에 관여하고 있다며 교회를 침묵시키려는 군부의 음해에 굴하지 않고 군인들에게 군부지도자의 불의한 명령에 따르지 말고 양심에 따를 것을 호소했다.

1993년 유엔이 지명한 ‘엘살바도르의 진실에 관한 위원회’는 수천명의 증언을 토대로 로메로 암살은 군부지도자들의 지시에 의해 조직적으로 이뤄졌음을 밝혀냈다. 위원회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같은 소속인 예수회 신부 6명도 국방장관의 지시를 받은 특수비밀부대에 의해 암살됐음을 밝혔다.

로메로는 1997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엘살바도르 교회의 요청을 받아들여 시성을 검토하도록 지시했으나 신앙교리성 장관으로 바티칸 보수화의 핵심으로 꼽히던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베네딕도 16세 교황)이 로메로의 신심을 해방신학적 혹은 좌파적으로 여겨 위험시하면서 흐지부지됐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광화문 시복식에 복자가 된 순교자들처럼 종교 박해 등에 따라 신앙을 고수하다가 목숨을 잃은 경우 외에도 ‘사목 과정에서 죽은 경우’도 순교로 인정할 것을 검토하도록 신앙교리성에 요청했다. 로메로 주교에 대한 교리적 문제가 해결됨에 따라 남미에서 독재에 항거하다 목숨을 잃은 수많은 사제들도 순교로 인정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앞서 아르헨티나 추기경 시절 군부 독재에 의해 암살된 사제인 카를로스 데 디오스 무리아스(1945~1976) 신부 등 3명을 성자로 추대하기 위한 시성을 교황청에 청원한 적이 있다.

해방신학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 태동한 게 정의구현사제단이다. 교황청이 정의구현사제단을 어떻게 볼 것이냐는 해방신학자에 대한 대우로 이미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로메로 시성이나 세월호 추모는 제2차바티칸공의회의 개혁정신을 되살리고 있는 교황이 ‘교회가 교회를 위해서만 존재해선 안 되고 교회 밖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자신의 주장을 관철한 것이다. 한 가톨릭 신학자는 “애초 대전이나 광화문에서 봉헌된 거룩한 미사엔 정치적 상징물을 달아서도 안되고 정치적 행동을 해서는 안되게 돼 있다”며 “교황이 미사에서 세월호 추모 리본을 달고, 희생자 가족을 위로한 것은 그것이야말로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진정한 사목이란 의미를 담고있다”고 말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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