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땀났던 경찰 경호작전
방탄차를 마다했다. 시도 때도 없이 차를 세워 군중을 향해 걸어갔다. 아기가 보일 때마다 손짓해 데려오게 하거나, 직접 걸어가 축복해줬다. 시민들이 건넨 선물은 손수 받아들었고, 세월호 유가족인 김영오(47)씨가 건넨 편지는 직접 주머니에 넣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4박5일의 방한 기간 소탈하고도 스스럼없는 ‘낮은 자세의 소통’으로 감동을 선사했지만, 경호 작전에 투입된 경찰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진땀을 뺐다고 한다.
지난 대통령선거 때 한 대선 후보 경호팀에 파견되는 등 경호·경비 업무에 밝은 ㄱ(43)경위는 19일 “교황의 독특한 스타일로 인해 경호의 기본적인 원칙이 흔들렸다”고 말했다. 경호 대상을 잠재적 위해 요인일 수 있는 사람들한테서 가능한 한 멀리 떨어뜨려야 한다는 ‘목표물 보존의 원칙’이 현장에서 지켜지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ㄱ경위는 “광화문 시복식 같은 행사는 대규모 군중이 찾는다는 점에서 대선 유세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교황이 권위를 앞세우기보다 시민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것을 선호하다 보니 경호팀 입장에선 껄끄러운 경호 대상자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건물엔 저격수도 배치했으나
시민선물 직접 받아들고
받은 편지 호주머니로 쏙…
교황 독특한 스타일로
경호 기본원칙 흔들
방한중 2차례 폭파협박 소동도 ㄱ경위의 말대로, 16일 서울 광화문광장 시복미사는 아주 까다로운 경호 현장이었다. 전국에서 모인 3만명이 넘는 경찰력이 투입됐고, 고층 건물마다 저격수가 배치됐다. 서소문 성지부터 대한문까지 교황의 이동 경로에 대한 경호를 담당한 마포경찰서의 박인배(53) 경비과장은 교황이 탄 차가 멈추고 창문이 내려갈 때마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고 했다. 천주교 신자인 박 과장은 교황을 불과 3m 거리에 두고도 교황 대신 주변 인파에 시선을 고정시켜야 했다. “생수병이나 돌이 날아올 수도 있기 때문에 교황 대신 군중을 지켜봐야 했어요. 사실 어떤 차량을 타고 있는지도 군중이 몰라야 하는데 차량은 한 대뿐이고, 대부분 창문도 열어놓고 다니셨습니다. 경호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었죠.” 결국 장난으로 밝혀지긴 했지만 두 차례의 폭파 협박은 경찰에 아찔한 순간이었다. 14일에는 교황이 방문할 예정이던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인근의 서울지하철 7호선 군자역을, 18일에는 교황이 도착하기 직전 서울 명동성당을 폭파하겠다는 전화와 문자가 각각 접수됐다. 군자역 폭파 협박범을 검거한 서울 광진경찰서 서주완(42) 경사는 경위로 한 계급 특진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 강력5팀은 ‘명동성당 폭파’ 문자가 접수된 뒤 불과 40분 만에 피의자를 검거했다. 남대문경찰서도 이와 관련한 포상을 건의할 예정이다. 경찰에 몸담은 지 20년째인 강명구(43) 강력5팀장은 “진짜 폭파범이라면 자기 휴대전화를 쓸 리는 없을 텐데, 전화를 걸었더니 당사자가 받았다”며 당시의 긴장감을 털어놨다. 그는 “만에 하나 협박이 사실일 수도 있어서 검거 때까지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 종교는 갖고 있지 않지만 교황 방한이 잘 마무리돼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교황을 밀착 경호하는 바티칸 경호원들은 차가 멈춰 설 때마다 인파 속 아이를 번쩍 들어 교황에게 안겼다. 교황 일행은 경호의 딱딱한 기본 원칙들을 깨뜨리면서도 성공적인 경호가 가능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송호균 최우리 김규남 기자 uknow@hani.co.kr
시민선물 직접 받아들고
받은 편지 호주머니로 쏙…
교황 독특한 스타일로
경호 기본원칙 흔들
방한중 2차례 폭파협박 소동도 ㄱ경위의 말대로, 16일 서울 광화문광장 시복미사는 아주 까다로운 경호 현장이었다. 전국에서 모인 3만명이 넘는 경찰력이 투입됐고, 고층 건물마다 저격수가 배치됐다. 서소문 성지부터 대한문까지 교황의 이동 경로에 대한 경호를 담당한 마포경찰서의 박인배(53) 경비과장은 교황이 탄 차가 멈추고 창문이 내려갈 때마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고 했다. 천주교 신자인 박 과장은 교황을 불과 3m 거리에 두고도 교황 대신 주변 인파에 시선을 고정시켜야 했다. “생수병이나 돌이 날아올 수도 있기 때문에 교황 대신 군중을 지켜봐야 했어요. 사실 어떤 차량을 타고 있는지도 군중이 몰라야 하는데 차량은 한 대뿐이고, 대부분 창문도 열어놓고 다니셨습니다. 경호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었죠.” 결국 장난으로 밝혀지긴 했지만 두 차례의 폭파 협박은 경찰에 아찔한 순간이었다. 14일에는 교황이 방문할 예정이던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인근의 서울지하철 7호선 군자역을, 18일에는 교황이 도착하기 직전 서울 명동성당을 폭파하겠다는 전화와 문자가 각각 접수됐다. 군자역 폭파 협박범을 검거한 서울 광진경찰서 서주완(42) 경사는 경위로 한 계급 특진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 강력5팀은 ‘명동성당 폭파’ 문자가 접수된 뒤 불과 40분 만에 피의자를 검거했다. 남대문경찰서도 이와 관련한 포상을 건의할 예정이다. 경찰에 몸담은 지 20년째인 강명구(43) 강력5팀장은 “진짜 폭파범이라면 자기 휴대전화를 쓸 리는 없을 텐데, 전화를 걸었더니 당사자가 받았다”며 당시의 긴장감을 털어놨다. 그는 “만에 하나 협박이 사실일 수도 있어서 검거 때까지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 종교는 갖고 있지 않지만 교황 방한이 잘 마무리돼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교황을 밀착 경호하는 바티칸 경호원들은 차가 멈춰 설 때마다 인파 속 아이를 번쩍 들어 교황에게 안겼다. 교황 일행은 경호의 딱딱한 기본 원칙들을 깨뜨리면서도 성공적인 경호가 가능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송호균 최우리 김규남 기자 ukno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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