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가족들 편지에 응답
“가족품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실종자 10명 일일이 거론하며 기도
“힘내세요 사랑합니다” 가족들 위로
“가족품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실종자 10명 일일이 거론하며 기도
“힘내세요 사랑합니다” 가족들 위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기간에 그다움을 알 수 있는 최고의 장면은 세월호에 대한 공감이었다.
첫날 서울공항에 내리면서 울먹이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을 보고 그가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 꼭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고 한 말은 1회용이 아니었다.
교황은 17일 세월호 희생자 고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씨 세례식에 배석한 천주교 수원교구 안산대리구장 김건태 신부에게 “실종자 가족에게 전해달라”며 ‘프란치스코’라는 자필 서명이 담긴 한글 편지와 묵주 10개를 전달했다.
실종자 가족들이 교황에게 ‘진도 팽목항에서 극도의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내며 사선에 서 있다’고 한 편지를 잊지 않고 응답한 것이다.
이 편지엔 “직접 찾아뵙고 위로의 마음 전하지 못함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그러나 이번 한국 방문 기간 내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과 실종자들, 그리고 그 가족들을 위한 기도를 잊지 않았다”고 쓰여 있다. 이어 그는 “다만 아직도 희생자들을 품에 안지 못해 크나큰 고통 속에 계신 실종자 가족들을 위한 위로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썼다.
교황은 “실종자 단원고생 남현철, 박영인, 조은화, 황지현, 허다윤, 단원고 교사 고창석, 양승진, 일반승객 권재근, 이영숙, 일곱살배기 권혁규 어린이가 하루빨리 부모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보살펴주옵소서”라며 실종자 10명의 이름과 함께 간절한 기도를 적었다.
교황은 이어 편지 말미에 “실종자 가족 여러분, 힘내세요! 실종자 가족 여러분, 사랑합니다”고 쓰고 ‘종들의 종 프란치스코’란 자필 서명을 했다.
김건태 신부는 이 편지와 묵주 선물을 19일 수원교구 총대리 이성효 주교와 함께 팽목항을 방문해 실종자 가족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김 신부는 “교황께서는 제 두 손을 꼭 잡으시면서 ‘실종자 가족에게 손잡고 따뜻한 위로의 말씀을 전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며 “교황께서 치유해주려는 따뜻하고 간절한 마음까지 잘 전달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종자인 단원고 2학년 1반 조은화(17)양의 어머니 이금희(45)씨는 이날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교황님께서 실종자 가족들의 고통을 잊지 않고 편지를 보내셨다니 너무나 감사하다. 교황님의 뜻대로 딸이 하루빨리 부모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씨는 “사고 이후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 실종자 가족들 모두가 힘들어하고 있는데 교황님의 편지로 커다란 위안을 얻었다”며 “직접 만나 뵙고 고맙다는 말씀이라도 전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전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4개월이 넘으며 참사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마저 멀어져가는 시점에 교황이 진심어린 위로를 건네자 서울 광화문 세월호 희생자 단식농성장엔 길 가는 시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찾아와 위로를 건네고, 진상규명 서명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교황은 18일 오후 1시 서울공항에서 비행기에 오르는 순간까지도 세월호 추모 노란 리본을 단 모습 그대로였다. 세월호 아픔에 대한 시종일관한 위로와 공감으로 진심 한자락을 우리 가슴에 남겨주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광주/안관옥 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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