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들은 통상 교황청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높은 담장 안에 있다고 생각했다. 기존의 교황들이 가장 많이 보여주는 모습도 교황궁 안에서 창문 밖으로 손을 흔드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 벽을 허물었다.
그는 대중들과 소통하는 법을 아는 사람이다. 그가 방탄도 되지 않은 소형차를 타는 데 대해 경호팀들이 우려를 제기했을 때였다.
“언제든 미친 사람이 있을 가능성은 있다. 그런다고 벽을 싸고 그 안에만 있다면 그게 더 미친 짓이다.”
그가 “교회 밖으로 나가라. 밖에 나가면 거리의 사람들이 가끔 사고를 당하듯이 그런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런다고 나가지 않으면 더 큰 병에 든다”고 말한 것처럼, 자신도 늘 밖으로 나가고 있다. 이번 방한 기간에도 70대인 교황에겐 건강이 염려될 정도의 강행군임에도 그는 늘 사람들의 환호에 답하는 배려를 멈추지 않았다. 특히 더욱더 다른 사람의 손길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장애인이나 어린이, 상처받은 약자에겐 다가가 손을 잡아주거나 입을 맞추어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가 교황궁이 아닌 게스트하우스를 사용하는 이유도 “사람은 혼자는 살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게스트하우스에서 공동식당에 내려가 식판을 들고 줄을 서서 밥을 배식받아 먹는다.
그는 누군가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찾아가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를 수행하는 경호원의 역할도 군중의 접근을 막는 게 아니라 더욱 잘 소통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번 방한 기간에도 보여줬듯이 그의 경호원들은 교황의 손이 닿지 않은 곳에서 손을 내미는 아이를 보듬어다가 교황의 강복을 받을 수 있도록 데려다준다. 이번 방한에 그를 동행한 한 경호원은 “교황은 경호원들에게 인사를 건넨 뒤 차에 타자마자 창문부터 연다”고 했다. 창문 밖에 보이는 사람에게 인사할 준비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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