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복 미사 참석 인파 수십만명, 광화문 광장에 몰려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시복미사를 집전한 서울 광화문 광장 주변에는 수십만명이 몰렸다. 천주교 신자들은 물론이고 일반 시민들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을 보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행사장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이날 새벽부터 교황이 머물고 있는 서울 궁정동 주한교황청대사관 앞에서는 교황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얼굴이라도 보겠다는 생각으로 모인 시민들이 많았다. 교황은 오전 8시42분께 검은색 차량을 타고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 종로구에서 온 최아무개(75)씨는 “나이가 많아서 언제 다시 교황을 볼 수 있겠느냐”며 “성당에서 65살 이상은 오랜 시간 야외에 있기 힘들다며 신청을 받지 않아 많이 아쉬웠는데 이렇게나마 봐서 기쁘다”고 말했다.
교황이 시복미사에 앞서 200여년 전 한국천주교회 초기 신앙인들이 처형된 서소문 순교성지를 방문한 주변에도 많은 시민들로 북적였다. 일부는 순교성지 맞은편 화단에 올라가 큰소리로 “비바 파파”(교황 만세)를 연호하기도 했다. 중림동 약현성당 이준성 주임신부는 “교황님 방문으로 잊혀졌던 성지인 서소문 성지가 재조명받고 순교하신 분들의 순교정신이 드러나는 계기가 돼 기쁘다”고 말했다. 또 다산 정약용의 직계 종손인 정호영씨도 참석해 “옛날에는 정약종이란 순교자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도 금기시돼 있었으며, 집안 족보에 이름이 등장한 것이 1961년부터다. 순교자 정약종은 이 곳에서 아들과 함께 참수 당했다”고 전했다.
교황의 모국인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약현성당의 신자 야네 안나마리아씨는 “교황님이 늘 자신을 낮추고 가난한 사람들을 품어서 좋다. 한국에서 교황님을 뵙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천주교 선구자인 이승훈의 후손인 이태석 신부는 “천주교 초기 순교하신 분들의 수고가 결실을 거둬 교황께서 이 곳을 찾았다고 본다. 순교자는 천주교가 이 땅에서 성장하게 한 밀알이자 씨앗”이라고 말했다.
교황이 시복미사를 위해 광화문 광장까지 가는 길에는 장애인들도 다수 있었다. 전동휠체어를 탄 채 미사에 참석한 최순희씨는 “새벽 4시부터 지하철을 타고 오는 데 1시간 반이 걸렸고 너무 힘들었지만 이렇게 영광스런 자리는 꼭 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날밤인 15일 밤부터 광화문 광장 주변을 다녀간 신자와 시민들은 연인원 1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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